소액주주 19명, 지분 3.3% 보유
외부 감시 필요성·전문성 강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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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지난 3월 13일 대구 본사에서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 신설의 건'을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한 가지로 결정했다. 당시 이사회는 유은철 상임이사가 의장대행을 맡았고, 김세형·이재명·김남성 상임이사와 함께 5명의 비상임이사가 출석하는 등 총 10명의 이사들이 참석했다. 기관장인 손태락 원장은 불참했다. 회의 이후 부동산원은 같은 달 28일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했다. 다만 개인주주의 주식 매입 여부, 시기 등에 대해선 현재까지 결정한 것은 없다. 주주들간의 논의를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서다.
이번 안건 처리는 그동안 개인주주들의 요구를 부동산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개인주주들의 주식 매입 요구는 한국감정원 시절부터 있어왔지만, 그때마다 사실상 거절 의견을 내놨다. 2019년 2월엔 개인주주들이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주식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한국감정원은 주주총회에서 개인주주들의 불참 등으로 인해 안건을 부결시켰다.
공기업인 부동산원에 개인주주가 있을 수 있는 배경엔 독특한 변천과정이 있다. 부동산원은 1969년 은행권과 정부출자를 통해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공기업으로 전환(2016년)한 데 이어, 한국부동산원으로 개명(2020년)하게 되면서 개인이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과거 금융업체들이 파산할 당시 갖고 있던 주식을 개인이 사들였고, 현재는 19명의 개인주주들이 지분 3.3%를 보유하게 됐다"며 "또한 그동안 일부 주주들의 주식 매입 요구가 있어 왔는데, 이번에 해당 안건을 처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주들의 감시나 견제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원이 개인주주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할 경우 이들의 요구에 대해 방어막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개인주주들이 내부 감사 자료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해도 부동산원은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부동산원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봤다. 상법 개정 이후엔 주주들의 권한이 더욱 커지게 되는데, 공기업이라고 해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주주들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송덕성 극동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원은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또한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들의 권한이 더욱 커지게 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부동산원이 소액주주 지분 인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이후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다. 해당 제도로 인해 오히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의 경우 공사 중단이 발생될 당시 추가 공사비 1조 1385억원 중 1621억원에 대해서만 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았다. 반면 금융비용과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 등 9764억원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민간 시장에서도 공공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자사주 매입 이후에도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주주들의 감시를 강화해야 동시에, 더욱 다양해지는 외부의 요구를 전문성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시공사와 시행사간의 분쟁이 있을 경우 공공의 성격이 가진 제3의 기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분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부동산원의 경우 금융비용 증가분 등을 검증하기 위해선 관련 전문성을 확보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 사항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원이 조치하고 있는 사항은 위장전입에 따른 부정청약 등 20건에 달한다. 이에 부동산원은 위장전입에 따른 부정청약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이달까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지원키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정청약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주민등록만 옮겨 당첨받는 일이 없도록 실제 거주여부를 확인하고, 체크카드·핸드폰 사용내역 등 사후조사로 위장전입여부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