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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흡연폐해,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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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09. 16:55

건보
감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
영화 속 주인공의 담배 씬이 멋있게 느껴졌던 학창시절, 특히 율브린너의 담배 피우는 장면을 좋아했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피어 오르던 자욱한 연기, 애수에 찬 그의 눈빛과 그윽한 몸짓이 슬프면서도 강렬해 아직 익지 않은 입술로 담배 흉내를 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살면서 담배 한모금 극복하지 못한 순수 비흡연자다. 그때 흡연자의 길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많지만 나는 처음부터 담배연기에 거부감이 있어 피우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심장을 울렸던 율브린너도 폐암으로 65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실제로 엄청난 골초였던 그는 폐암에 걸리고 나서 금연 홍보 운동에 전력했다고 한다. 간간히 들려오는 주변 지인들의 건강 이상 소식을 접할 때마다 멋으로 시작된 담배가 되돌릴 수 없는 아픔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담배, 정말 누구의 책임인가?

현재 국가 차원에서 금연에 관한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져 국민들의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 흡연에 관대했던 분위기는 점점 사라지면서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매체의 흡연 장면은 모자이크로 처리되고 곳곳에 금연 구역이 늘어나고 담배갑의 경고 그림과 문구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바뀌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흡연을 꼽았고 흡연의 폐해를 은폐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흡연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2014년부터 흡연폐해에 대한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는 담배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담배소송은 담배회사가 암, 폐질환, 담배중독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결함있는 제품을 제조, 수입,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흡연은 흡연자의 사망위험을 증가시키고 간접흡연 역시 하루 5~10개비 정도를 흡연하는 흡연자 수준과 마찬가지로 폐기능이 저하되는 등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각종 자료 등에 의하면 간접흡연은 50여종 이상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최소 250여종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이 되며 흡연이 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는 폐암 중 소세포암이 97.5%, 편평세포암은 96.4%, 후두암은 85.3%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또한 매년 급격히 증가하여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3조 8589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담배회사는 흡연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흡연자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며 흡연으로 인한 피해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개인의 기호이며 자유의지이므로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흡연과 폐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고 흡연 이외 다른 요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담배회사는 흡연 위험성을 알면서도 흡연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설계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담배갑에는 담배 위해성과 중독성 등에 관한 설명, 구체적인 유해물질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이후 10년 동안 담배회사와 길고도 험한 법적 공방 중으로 현재 항소심 제12차 변론이 올해 4월 24일에 예정되어 있다. 이 소송을 통해 법률적으로는 흡연과 폐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고, 담배의 중독성을 알면서도 개인에 책임을 전가한 담배회사에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흡연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 시키고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막대한 진료비 지출을 막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내 가족, 내 이웃, 나아가 모든 국민들이 오랜 시간 같이 할 수 있는 건강한 나라가 되길 바라며 소송에 대한 승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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