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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장전 90초·무릎 꿇는 전차” 한화에어로·현대로템 등 방산 5개사 베트남서 합동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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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2. 05. 10:00

韓 방산 5개사, 하노이서 합동 설명회… 베트남·무관단에 '기술이전·현지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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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한국대사관에서 열린한국 방산 협력 설명회에서 LIG넥스원 관계자가 자사 무기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K2 전차의 반응 장갑은 포탑에만 있습니까? 아니면 전차 전체에 덮힙니까?" "전체적인 구조는 복합 장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특정 부분에 추가 장갑을 더 달고 싶다면 가능합니다. 우리 장갑 시스템은 모듈화가 가능합니다" "훌륭하네요"

4일(현지시간) 주베트남 하노이 한국대사관 대강당. 베트남 주재 말레이시아 국방무관이 현대로템의 K2 전차 영상을 보고 질문을 던지자 발표자의 설명에 이목이 쏠렸다.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HD현대중공업·현대코퍼레이션·LIG넥스원 등 K-방산을 대표하는 5개 기업들이 3~5일 베트남 하노이에 모여 주베트남 외국군 무관단과 베트남 국영 방산기업(VAXUCO)을 대상으로 개최한 방산 협력 설명회 현장에선 이런 '실전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과 코트라(KOTRA)가 공동으로 주도한 이번 행사는 한국 방산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장기적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 이번 행사는 베트남 국영 방산기업 바수코(VAXUCO)는 물론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캄보디아·폴란드 등 베트남 주재 외국 무관단 20여명에게 'K-방산'의 기술력을 각인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러시아 무기 자리, 우리가 채운다…압도적 기술력에 '갓성비'
오랫동안 베트남 국방력의 중추를 담당해 온 것은 러시아산 무기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망에 타격이 생겼고 서방의 제재 위험이란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베트남은 무기 도입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서방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에 부합하면서도 뛰어난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으로 '자주 국방'과 '방위산업 국산화'를 추구하고 있는 베트남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로 떠올랐다. 이번 행사에서도 서방 표준에 부합하면서도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한국 무기의 실효성 입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지형 적응력'을 승부수로 띄웠다. 내장형 현수장치(ISU)를 통해 무릎을 꿇거나 일어설 수 있는 K2가 산악 지형이 많은 베트남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또 경쟁 모델인 레오파드나 에이브람스보다 10톤(t)가량 가벼우면서도 동일한 1500마력 엔진을 사용해 기동성이 월등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80km급 유도탄부터 290km급 미사일까지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도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290km급 솔루션은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 문제를 피하면서도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 숙련된 인원이라면 로켓 포드를 90초 이내에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LIG넥스원은 천궁-II(M-SAM II) 등으로 '다층 방공망' 솔루션을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필리핀 호위함을 계약보다 2개월 조기 인도했다"며 한국 조선업 특유의 '납기 준수' 능력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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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방산협력 설명회에서 현대로템 관계자가 자사 무기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단순 판매 NO, 같이 만든다"... 베트남 맞춤형 전략
이날 설명회에서 눈에 띈 대목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닌 '기술 이전'과 '현지화'를 적극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자주 국방 및 방위산업 국산화 정책과도 결을 같이 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프로젝트 오거나이저'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복잡한 조달 구조를 해결하는 플랫폼"이라며 "풍산과 협력해 베트남 현지 탄약 생산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지원부터 기술 이전까지 포함한 패키지 딜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페루 국영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 사례를 언급하며 "베트남 조선소와도 기술 제휴를 통해 현지 건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관심은 크지만 아직 신중한 베트남
4일에는 베트남 국영 방산기업인 바수코와의 비공개 미팅도 진행됐다. 바수코는 베트남 국방부 산하의 물자 수출입 총괄 기업으로, 베트남 방산 조달의 핵심 창구다.

미팅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제안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도입 논의에 있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있지만, 예산 문제와 기존 무기 체계와의 호환성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베트남이 전통적으로 러시아제 무기 의존도가 높은 데다, 무기 도입 사업의 특성상 보안과 예산 검토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산은 마라톤"... 단기 성과보다 '신뢰'가 우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석한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당장의 '수주 잭팟'을 터뜨리는 자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을 위한 '씨앗 뿌리기'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방산은 1~2년 만에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적어도 수 년은 진행해야 하는 호흡이 긴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사상 처음으로 페루 방산시장을 뚫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듯, 베트남 시장 역시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측면 지원도 빛났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에서도 한국의 차별화된 'G2G(정부 간) 계약 시스템'을 강조하며 신뢰 구축에 힘을 보탰다. 박정호 하노이무역관 과장은 "코트라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는 산업부, 국방부, 방사청 등 범정부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으로, 지금까지 체결된 모든 G2G 계약에서 100% 이행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트라가 한국 대외무역법상 G2G 계약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유일한 기관임을 강조하며, 구매국 정부에 투명성과 신속성을 약속했다.

현장에 배석한 무관단 관계자는 "구매국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과 협상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한국 정부를 믿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G2G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설명회에선 K-방산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수요국의 산업 발전과 작전 환경을 고려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자리가 한국 방산기업과 베트남 및 주베트남 외국군 무관단 간의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향후 실질적인 방산 협력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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