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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시진핑의 ‘통화 외교’에 담긴 미·중·러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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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5. 06:44

중·러 '전략적 안정' 확인 후 미·중 경제 빅딜… '지렛대 외교'의 정수
대두·가스 구매로 트럼프 실리 채우고, 푸틴과는 '공조' 재확인
WSJ "충돌 피하려는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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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떠나고 있다./로이터·연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현지시간) 수시간 간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화상 회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를 연이어 진행했다.

하루 사이에 이뤄진 두차례 정상 간 소통은 에너지 패권과 핵 군축, 대만과 이란이라는 글로벌 화약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 주석은 먼저 푸틴 대통령과 전략적 연대를 재확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미·중 현안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시진핑 통화, '거래의 기술' 전면 배치…에너지·농산물 포괄적 빅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시 주석과 길고 상세한 훌륭한 통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새해 들어 처음 이뤄진 이번 통화는 전반적으로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무역·군사 문제를 비롯해 자신이 "무척 고대하고 있다"고 밝힌 4월 중국 방문, 대만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의 현 상황, 중국의 미국산 석유·가스 구매, 추가 농산물 구매, 항공기 엔진 공급 등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모든 논의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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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떠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팜벨트' 달랜 미국산 대두 구매 확약...미·중 '관리된 무역' 신호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대두 구매량을 이번 시즌에 2000만톤(t), 차기 시즌에 2500만t으로 확대하기로 확약했다. 이는 미국 내 농업 지대인 '팜벨트(Farm Belt)'의 정치적 지지를 공고히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계산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중국으로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것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같은 발언 직후 국제 곡물 시장에서는 대두 선물 가격이 즉각 반응하며 통화의 실질적 파급력을 입증했다.

◇ 미국산 에너지 의제 부상…이란 제재와 맞물린 중국의 선택

이번 통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의 미국산 석유 및 가스 구매 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하며 미·중 간 에너지 협력 확대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나온 발언으로, 중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와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지속하는 국가들에 대해 관세 및 제재 가능성을 경고해온 상황에서,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도입 논의는 에너지 안보 차원의 현실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에 편중된 에너지 도입선을 일부 조정함으로써 공급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미국으로서는 대중 무역 적자 완화와 대이란 제재 압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접점이 형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의제에 이란 문제를 함께 포함시킨 배경 역시 이러한 에너지·제재 구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도입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강화 정책과 맞물린 현실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세계 최대 이란산 원유 수입국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제재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산 셰일 에너지를 에너지 안보 차원의 '보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를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기존 노선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미국의 압박과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이 에너지 수입선을 더 유연하게 조정하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China Russia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신화·연합
◇ 대만 문제, 시진핑 '레드라인 엄수' vs 트럼프 '관리 모드'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한 이번 통화 내용의 중심은 대만 문제였다. 시 주석은 대만을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규정하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고 분열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매우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우려를 중시하고 있다"며 미·중 간 소통을 유지해 임기 동안 관계를 양호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오는 4월로 거론되는 방중 이전까지 대만 문제를 전면 충돌로 비화시키지 않겠다는 관리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 시진핑-푸틴 화상 회담, "영원한 봄" 예찬 속 전략 공조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시 주석은 같은 날 푸틴 대통령과 약 85분간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러시아 크렘린궁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두 정상은 양국 관계와 국제 안보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며 전략적 공조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러 관계를 '어떤 국제 정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 년 내내 봄(spring throughout the year)'에 비유하며, 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이 모범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중국의 최대 에너지 공급국임을 강조하며, 에너지 협력이 '상호 이익이고 진정으로 전략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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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EPA·연합
◇ 뉴스타트 만료 앞두고 '전략적 안정' 입장 확인

이번 화상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5일 만료되는 미·러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핵 군축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가운데, 전략적 안정과 군비통제, 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 안보 현안에 대해 중·러 양측의 입장이 가깝거나 일치한다는 점이 이날 논의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제재 및 압박 국면 속에서 중·러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전략적 조율을 더욱 심화하고, 실질 협력을 확대해 양국 관계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상반기 중국을 공식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 외신들 "충돌 회피·실리 우선의 3각 외교"

주요 외신들은 이번 연쇄 정상 소통을 전면 충돌을 피하면서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대두 구매 확대 언급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하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했다. 다만 농산물 거래가 반도체 등 핵심 기술·안보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직 국무부 관리의 분석을 인용해 시 주석의 외교 행보를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도입 논의를 대이란 제재 압박에 대응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선택으로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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