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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180만원 샌들’, 인도서 “문화적 도용” 논란 …결국 “영감 받았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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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6. 30. 13:32

PRADA-MILAN/ <YONHAP NO-3579> (REUTERS)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2026 S/S시즌 남성복 컬레션 의상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인도의 콜라푸리 차팔과 유사한 디자인의 샌들이 공개된 이후 인도에선 "문화적 도용"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선보인 고가의 가죽 샌들이 인도의 전통 샌들에 대한 "문화적 도용"이란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프라다 측은 결국 "인도의 전통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디안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로렌조 베르텔리 프라다 마케팅 디렉터 겸 기업 사회적 책임(CSR) 책임자는 최근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샌들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인도의 전통 수공예 신발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초기 디자인 단계로 상용화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도 현지 장인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한 대화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프라다 측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해당 제품의 디자인이 인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프라다가 지난주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이고 웹사이트에도 공개한 1350달러(약 183만원)의 샌들이다. 해당 샌들은 2026년 봄·여름 남성복 라인의 '신상' 샌들로 땋은 가죽 끈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샌들의 디자인과 구조는 인도의 전통 수제 샌들인 '콜라푸리 차팔'과 매우 흡사했다. 문제는 프라다가 제품 설명 어디에도 이 디자인의 기원인 인도나 콜라푸르 지역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인도에선 "장인들이 만들어 500루피(약 8000원)에 파는 신발이 그 전통과 역사가 지워진 채 수십배 비싼 명품 브랜드의 고가 제품으로 둔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콜라푸르 지역과 카르나타카 일부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온 전통 수제 샌들이다. 식물성 염료로 무두질한 가죽을 사용해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이 샌들은 정교한 세공과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도 전역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신발이다.

콜라푸르 지역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콜라푸리 차팔은 2019년 인도 정부로부터 '지리적 표시(Geographical Indication, GI)' 인증을 받았다. 이는 특정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전통적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임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로 인도 국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국제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다.

콜라푸리 차팔의 디자인을 본 뜬 고가의 샌들을 선보이면서 인도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프라다에 인도 유력 정치인과 현지 언론들은 물론 콜라푸리 차팔 장인들도 "문화적 도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배적인 문화권이 역사적으로 억압받거나 식민지였던 사회의 문화적 요소를 동의·출처 표기나 보상 없이 무단으로 가져와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인도에서는 콜라푸리 차팔 샌들 장인 3000명을 대표해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가 프라다 측에 항의했고, 언론과 온라인을 통한 비판도 거세지자 프라다는 결국 "인도의 전통 수공예 신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패션계에서 이런 '문화적 도용'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지난 2015년과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의상과 유사한 디자인의 블라우스를 선보여 논란이 됐다. 2020년에는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 문양을 도용한 망토를 선보였다가 멕시코 정부로부터 항의와 공개 해명 요구를 받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2021년 자라·앤트로폴로지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문화적 도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PRADA-INDIA/ <YONHAP NO-3578> (REUTERS)
인도 뉴델리에서 판매 중인 콜라푸리 차팔 샌들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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