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선고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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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이날 오전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기각 5 △각하 2 △인용 1 의견으로 국회 탄핵소추안을 최종 기각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헌재에 접수된 공직자 탄핵안 13건 가운데 결과가 나온 9건이 모두 기각됐다.
헌재는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 계엄 선포에 공모하고 방조·묵인했다는 국회 측 주장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위법으로 판단하면서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봤다.
헌재는 한 총리 탄핵심판을 선고하면서 총 40쪽에 달하는 결정문에 '계엄의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엄 당시 국무회의가 절차적 흠결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 사건의 계엄 위법성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는 만큼 대통령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헌재는 한 총리가 계엄 선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어 계엄 적법성을 전면적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 계엄을 내란 행위로 보는지 여부도 담지 않았다.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가 계엄 선포 공모 여부였는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계엄 위헌성을 먼저 가려야 한다. 하지만 헌재는 한 총리가 대통령의 계엄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을 뿐, '계엄 행위가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따로 지적하지 않았다.
한 총리 선고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재판관들 의견이 제각각 표출됐다는 점이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가운데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4 대 1로 나눠진다. 재판관 미임명과 관련해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등 4인은 위법이라 판단했지만, 나머지 김복형 재판관은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아울러 정계선 재판관이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인용 의견을 냈고,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았다며 각하 의견을 밝혔다. 탄핵심판처럼 여론 대립이 첨예한 사건의 경우 헌재가 가급적 일치된 의견을 낼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선고 결과도 여러 의견이 분출된 양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헌재 재판관들이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이견 조율에 들어갔지만, 윤 대통령 평의 과정에서 실패하면서 엇갈린 의견을 그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이 내부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재판관 여론 추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오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예정돼 있고 27일은 헌재의 헌법재판 관련 정기 선고일이다. 가장 유력한 선고일로 28일이 꼽히지만 헌재가 일주일에 세 차례 선고일을 잡은 적은 없고 연이틀 선고를 한 적도 최근 20년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