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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가장 진실한 땅이었다” 윤석화, 대학로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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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21. 11:26

동료·후배 100여 명 눈물의 배웅…“무대에 질문을 남긴 배우”
윤석화를 추모하며 '꽃밭에서'<YONHAP NO-1960>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열린 배우 윤석화의 노제에서 고인의 동료들이 추모곡'꽃밭에서'를 부르고 있다./ 연합
"윤석화 선생님에게 연극은 언제나 가장 진실한 땅이었습니다."

배우 윤석화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노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예극장(옛 정미소 극장) 앞마당에서 엄수됐다. 50년 가까이 무대를 지켜온 '1세대 연극 스타'의 작별에 유족과 동료 예술인들의 눈물 어린 배웅이 이어졌다.

이날 노제에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배우 박정자와 손숙,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출가 손진책 등 동료 예술인과 후배 배우,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고인이 2017∼2020년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길해연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연극이란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예술'이라 말하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건넸다"며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한 시대의 공연예술을 이끈 위대한 예술가를 오늘 우리는 떠나보낸다"고 애도했다.

추도사하는 길해연 이사장<YONHAP NO-1956>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열린 배우 윤석화의 노제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윤석화 노제<YONHAP NO-1962>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배우 윤석화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이어가던 길 이사장의 말에 유족과 동료들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인연을 맺은 박정자와 손숙은 손을 맞잡은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추도사 후에는 최정원, 배해선, 박건형 등 고인이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출연 배우들이 고인의 애창곡인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합창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좋은 날엔"이라는 노랫말이 울려 퍼지자 노제 현장은 깊은 침묵과 울음으로 잠겼다. 고인의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합금융 대표도 딸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 예배에는 유족과 동료 70여 명이 참석해 기도와 찬송으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조사에서 "윤석화 누나는 누구보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고, 솔직하고 멋진 사람이었다"며 "아픔의 기억은 모두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화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출연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다 지난 19일 오전 10시께 유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고인의 유해는 장지인 용인공원 아너스톤으로 옮겨져 영면에 들었다.

윤석화 마지막 가는 길…배웅<YONHAP NO-1969>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열린 배우 윤석화의 노제에서 동료들이 운구차를 향해 배웅하고 있다./ 연합
배우 윤석화와 마지막 인사<YONHAP NO-1970>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열린 배우 윤석화의 노제에서 동료들이 운구차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연극계의 상징적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톱 해트' 등을 제작·연출하며 제작자로서도 족적을 남겼고,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했다. 2002년 대학로에 정미소 극장을 세워 실험적 연극을 꾸준히 선보였으며,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하는 등 무대 안팎에서 한국 공연예술의 지평을 넓혔다.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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