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터뷰] 마지연 대표 “모서리는 소외된 공간에 생명 더하는 브랜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30010017593

글자크기

닫기

강태윤 기자 | 라선근 인턴 기자

승인 : 2025. 08. 02. 08:00

모서리에 십자가 걸며 시작… 무용한 공간 가능성 주목
십자가·시계·캘린더 인기, 전자제품·가구까지 확장 목표
국내외 디자인 어워드 수상 ‘브랜드 잠재력’ 입증
수익 일부 한국컴패션 기부, 선한 영향력
clip20250730142508
마지연 모서리 대표가 지난 2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모서리의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모서리
아시아투데이 강태윤 기자·라선근 인턴기자 = "모서리는 늘 가까이 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공간이에요"

마지연 모서리(mosery) 대표는 지난 25일 진행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상 어디에나 있는 '모서리'라는 공간이 우리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경영 위기를 겪던 바우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 십자가 하나를 걸면서 시작됐다. 모서리는 일상 속 주목받지 못하던 소외된 공간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오브제 브랜드로 성장하길 꿈꾸고 있다.

마 대표의 도전은 단순한 인테리어 브랜드가 아니다.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감각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다. 2023 파리 디자인 어워드·2023 K-디자인 어워드·2024 독일 디자인 어워드 등 국내외 다수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브랜드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모서리 시계는 '메종 오브제 파리'의 VIP 기프트로 채택됐고,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굿즈로 선정된 바 있다. 오브제 판매 수익금 일부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에 기부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clip20250730142548
사무실 한쪽에 컴패션과 협업 내용을 담은 감사패와 모서리의 제품들이 놓여있다./모서리
- '모서리'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남편인 박성호 대표와 운영 중이던 디자인 스튜디오가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크리스천이다 보니 힘든 시기에 기도를 자주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무실에 십자가를 걸어 둘 곳을 찾았고 모서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3D 프린터로 작은 십자가를 만들어 붙였는데 방문객들이 "제품화해도 되겠다"라고 응원해주셨어요. 마침 돕겠다는 분도 나타나면서 모서리가 탄생했습니다."

- 종교적 의미를 담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엔 내부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종교적인 이미지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시작해도 괜찮을까?', '소비자층을 너무 좁히는 건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나왔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어요. 모서리는 종교적인 고민에서 시작됐고, 십자가를 제외하면 의미가 사라진다는 거예요. 대신 '타임'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시계, 캘린더를 추가로 구성해 첫 컬렉션을 만들었습니다."

마 대표는 "벽을 손상하지 않고 오브제를 설치할 수 있도록 '크래들'이라는 부착 장치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크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질과 무게를 실험하고 있고, 조명·스피커·수납형 가구로 제품군을 확장하려 한다"며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벽면에서 모서리로 전환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디자인의 심미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홈데코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며 "어워드 수상을 통해 우리의 디자인이 다른 브랜드에 영감을 줄 수 있고 오브제를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어워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디자인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기존에 없던 포맷이라서 스스로 생각해내야 했습니다. 레퍼런스를 따라가면 결코 그 이상을 넘을 수 없어요. 참고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게 오히려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죠. 모서리의 오브제는 입체적인 구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용 방식을 고려하면서 시제품을 수십 번 만들어봅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들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해요."

- 컴패션에 기부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모서리는 종교적인 이유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크리스천 정체성을 지닌 컴패션에 마음이 갔어요. 모서리가 오브제를 출시하기 전 '종교적 색채가 뚜렷한 브랜드가 괜찮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본질을 확실하게 드러낸 것처럼, 컴패션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가치가 분명했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clip20250730142611
29cm 이구홈 매장 계산대 옆 배전함에 진열된 모서리 시계./모서리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최근 29㎝ 오프라인 매장에 시계를 진열했더니 고객들이 모서리에 붙이는 제품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시더라고요. 내부를 둘러보다가 계산대 옆 배전함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서리를 발견하곤 '여기다' 싶었어요. 제품을 놓아도 되는지 문의했을 때, 매장 측에서도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하지만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오브제를 한 번 더 보는 효과도 있고,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와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모서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가장 큰 목표는 디자인 철학과 감각적인 오브제를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거예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리 메종 오브제에 참여할 예정이고, 일본 시장도 두드리고 있어요. 각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모서리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석에 있는 오브제를 발견했을 때 '모서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꿈이에요."

마 대표는 모서리 브랜드를 통해 "모서리는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무용하거나 관심 두지 않았던 공간이었다"며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하고 놀라워하는 반응이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소외된 것에 잠재력이 있고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태윤 기자
라선근 인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