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에너지믹스 해법①] AI 산업 강국의 꿈, 재생에너지 대안이 필요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714010007956

글자크기

닫기

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7. 15. 06:00

글로벌 기업들 전력 확보 전쟁 치열
AI·반도체 라인 재생에너지 활용 불가
"에너지 정책, 원전 계속운전이 대안"
basic_2024
clip20250714170032
MS, 구글, 메타, 아마존, 오픈AI까지. 에너지 절벽 앞에 선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의 전력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구글과 메타는 원전 기업과 소형모듈원전(SMR)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인공지능(AI)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확보에 나섰고, 아마존은 미국 원전 기업이 직접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를 인수하는 묘수를 냈다. MS와 20년에 걸친 PPA를 맺은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는 2028년 상업용 운전 재개를 앞두고 있으며, 오픈AI는 2027년 첫 SMR 가동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목표 달성 여부와 별개로, 폭증하는 AI 산업 전력 수요를 감당할 에너지원을 원전에서 찾고 있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의 안전성 때문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원자력에너지 정산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66.3원으로 신재생에너지 138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경우 민감도 높은 AI·반도체 산업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위험요인이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국내 기업도 원전에너지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투자에 적극적인 한국 산업 역시 전력 절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SK와 HD현대가 테라파워에 각각 2억5000만 달러(약 3451억원)와 3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도 미국 SMR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철강·석화·반도체·AI 4대 산업의 전력수요를 무탄소전력(재생에너지)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은 53.4%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로 한정된 무탄소전력원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겨우 초과수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향후 전력난 대비책을 놓고 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이용률을 10% 포인트만 올려도 수요를 어느 정도 보완 메꿔줄 수 있다"며 "글로벌 대기업들 대부분 원전 PPA를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전력 수급에 대한 기업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에너지믹스를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RE100 산업단지, AI 기반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업계와 학계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만 보더라도 원전에너지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산업 정책이라는 평가다. 2030년까지 운전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전력 생산량은 총 8.45기가와트(GW)로, 전체 목표 실효용량의 약 6.2%, 재생에너지 실효용량의 약 85 % 수준에 달한다.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11차 전기본 계획상 추가 설비 39GW의 2배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설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기업들이 RE100 목표를 세워놓고도 원자력에너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재생에너지를 반도체 공장 라인에 공급해봤자 안정성 담보 없이는 쓸 수 없기 때문에 생산 전력이 아닌 부대 전력으로 밖에 활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원전 운영 제도들을 대부분 따르면서도 계속 운전만큼은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미국과 같이 20년으로 운전 기간을 늘려야 관련 제도를 정립하고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을 활용한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은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이라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세계 가동원전 439기 중 238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그 중 204기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다.

계속운전을 위한 준비는 충분한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2·3·4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결과 계속운전 기간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고 선량 기준치를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측은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결과에 따라 안전성 향상을 위한 안전성 평가 후속조치, 설비신뢰도 향상을 위한 자체 설비개선 등을 통해 발전소 안전성을 더욱 향상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순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