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공동개발 이후의 대응 방식이 게임사 신뢰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계약상 권한 유무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갈등 발생 시 어떤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협업 파트너십의 지속성과 업계 내 평판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텐트리(HK Ten Tree Limited)와 슈퍼캣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텐트리, 충돌 국면서 타협점 모색…적극 대응으로 리스크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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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아라시
'랑그릿사'를 개발한 즈룽게임 산하 블랙잭 스튜디오는 2022년 스퀘어에닉스와 함께 모바일 게임 '프론트 미션 2089: 보더스케이프(이하 프론트 미션)'를 공동 개발했지만, 프로젝트는 스퀘어에닉스의 내부 결정으로 중단됐다.
이후 블랙잭 스튜디오는 신작 메탈 스톰(Metal Storm, 메카아라시)을 선보였고 글로벌 퍼블리싱은 텐트리가 맡았다.
그러나 출시 직후 메탈 스톰에 사용된 3D 모델과 UI, 전투 시스템 등이 프론트 미션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텐트리가 즈룽게임이 설립한 글로벌 퍼블리싱 법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 간 연결 고리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이에 스퀘어에닉스는 메탈 스톰이 자사 IP를 무단 활용했다며, 올해 3월 미국과 일본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 출시 금지 조치를 요청하는 한편 건당 최대 15만 달러(약 2억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텐트리는 문제로 지목된 콘텐츠를 신속히 수정하면서 스퀘어에닉스와의 협의에 나섰다. 지난 20일 양측은 비공개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했고 스퀘어에닉스는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따라 메탈 스톰의 미국 출시 가능성도 다시 열리게 됐다. 블랙잭 스튜디오와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텐트리가 일정 수준의 책임을 이행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 슈퍼캣, 프로젝트 답보 속 독자 노선...사실상 관계 단절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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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캣
반면 슈퍼캣은 법적 분쟁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불확실한 계약 관계 속에서 파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슈퍼캣은 넥슨과 공동 개발 중이던 '바람의 나라 2' 프로젝트가 핵심 인력 이탈과 자금난으로 답보 상태에 빠지자 원작 IP를 제거한 리스킨(reskin) 빌드를 여러 업체를 상대로 퍼블리싱 및 투자 유치를 제안한 정황이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시점에서도 넥슨과의 계약이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동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파생 빌드를 제3자에게 제안한 행위는 법적 위반 여부와 별개로 협업 관계에서 신뢰를 해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측은 관련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 간 파트너십이 사실상 단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례는 공동개발 참여사가 협업 이후 보여주는 태도와 대응 방식이 기업의 신뢰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텐트리는 갈등 직후 적극적으로 봉합에 나서며 협업 종료 이후의 책임을 이행한 반면 슈퍼캣은 독자적으로 파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오해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공동개발 이후 둘러싼 갈등은 계약 조항의 해석을 넘어 이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와 절차적 정당성에 따라 갈린다는 점에서 업계의 경각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