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생계비 반영해야” vs 경영계 “인상 여력 없어”…합의 도출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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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최초제시안과 동일한 1만150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30원 높인 1만60원을 1차 수정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노사 양측의 격차는 1440원으로 여전히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운 만큼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2차 수정안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노동계는 1차 수정안보다 40원 내린 1만1460원을, 경영계는 1만60원에서 10원 올린 1만7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가 1차 수정안을 최초요구안과 같은 금액으로 제시하고, 2차 수정안에서도 소폭 인하에 그친 것은 애초 최초 요구안 자체가 예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계는 1만2600원을 요구했지만 올해는 1만1500원으로 시작하며 인상 요구 폭을 대폭 낮췄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전년 대비 저율 인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인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고물가 속 실질임금 하락으로 최저임금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장시간 노동에도 미래를 대비할 수 없는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소비 위축은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결국 모두가 어려워진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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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최저임금 월환산액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기면서 수용성도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인건비 부담은 매출 감소와 투자 여력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고령자와 청년 등 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복지기관이 아니라 경영을 통해 생존하는 경제 주체"라며 강조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심의는 사실상 법정 기한을 넘기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6월 29일로 이날 열린 전원회의가 기한 전 마지막 회의였다. 법정 기한을 넘겨도 법적 제재는 없지만, 고시 시한(8월 5일)과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결정을 마쳐야 한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은 7월 12일에야 확정됐다.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하지만 양측이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4차례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격차를 2740원에서 900원까지 좁혔지만 결국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1만~1만290원)을 제시했고 노사가 제출한 각각 최종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사용자위원안(1만30원)이 14표, 근로자위원안(1만120원)이 9표를 얻어 시간당 1만30원이 결정됐다. 당시 민주노총 측 위원 4명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