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30m에 10만 드럼 저장
방사선 누출 0의 완벽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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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30m, 안전하게 격리된 또 다른 세계
지난 20일 찾은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해수면 이하 80~130m 지하에 위치한 지하처분장을 가기 위해 미니버스를 타고 5분 여를 이동했다. 입구에서부터 사일로(Silo)의 위치까지 이어진 운영동굴은 그 길이만 사일로 상단부부터 1.4㎞, 사일로 하단부와 연결된 건설 동굴은 1.9㎞에 달했다.
버스에서 내려 방사선량계가 들어있는 방호복과 안전모, 면장갑, 양말을 착용하고 시설 내부로 들어섰다. 높이 50m, 내부 직경 23.6m 크기의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른바 사일로라고 불리는 이 처분 시설은 총 6개로 구성됐으며, 각 사일로마다 두께가 달랐다. 1번 사일로는 암반이 약해 1.6m로 가장 두껍게, 3번 사일로는 1m로 구성됐다. 200리터 드럼통 기준 총 10만 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사일로 구조물은 철저한 지하수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화강암 벽면은 락볼트로 보강하고, 쇼크리트(분사식 콘크리트)로 방어막을 형성했으며, 방수 시트 2겹을 더해 지하수를 차단한다. 사일로 내부가 채워지면 쇄석과 시멘트로 영구 봉쇄해 방사선 누출을 방지한다. 실제 동굴을 나온 후 방사선 선량계 수치를 확인해보니, 0밀리시버트(mSv)로 방사선 누출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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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주로 작업 종사자들의 옷가지나 신발 등으로 구성됐다. 이 폐기물은 발생지에서 200리터 드럼에 압축 포장된 후, 운반용기에 담겨 방폐장으로 옮겨졌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 외에도 고리나 울진에서는 한진 청정누리호 선박을 통해 운반됐으며, 5개의 방사선 감시기와 방폐물추적관리시스템(WTS)시스템으로 이동 경로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방폐장에 도착한 폐기물은 중량 검사, 육안 검사, 방사선량 측정 등 7단계의 인수 검사를 거쳤다. 특히 세슘-137 같은 핵종은 반감기가 10번 정도 줄어들어야 자연과 동일한 방사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300년 동안 관리가 필요하다.
처분 시설의 운영은 300년 동안 계속되며, 공단에서는 24시간 교대 근무로 방사선 감시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5번 사일로가 약 1만3000개의 드럼으로 가장 많이 채워진 상태로, 점차 늘어나는 폐기물량에 대비해 방폐장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2차 지상표층처분시설 건설이 완료됐고, 하반기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폐기물 특성에 따른 효율적 처분을 위한 것으로, 동굴에는 농도가 높은 중준위 폐기물을, 표층에는 저준위 폐기물을 분리 처분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인다. 장기적으로는 매립형 처분 시설(3단계)까지 단계적으로 확장돼, 최종적으로는 경주의 천마총을 모티브로 한 두 개의 인공 언덕이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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