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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배우+감독(문희경+문숙희)이 그려낸 제주 여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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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5. 14. 15:07

독립영화 '인생세탁소' 해녀와 탑동의 아픈 기억 잘 전달
문희경 "제주의 속내 잘 모르면 연기하기 쉽지 않을것"
문숙희 "문 배우, 제주 사투리와 정서 실감나게 표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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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광화문살롱 카페에서 제주 출신 문희경 배우와 역시 제주 출신 문숙희 감독이 영화 '인생세탁소' 제작과정을 소개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제주의 신화는 여인으로 시작된다. 설문대 할망이다. 제주도 여성의 표본으로 불리는 실존 인물 김만덕이 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에 당시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이 올라있다. 그리고 최정숙 제주도 초대 교육감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육감이다.

제주의 여인들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깊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물질하는 해녀들, 바다에서 나오면 바로 밭으로 향한다. 그래서 제주 여인들의 DNA는 강하다고 한다.

지난 9일 강서구 가양동 광화문살롱 카페에서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끊이지 않는 두 주인공을 만났다. 이들의 제주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주인공은 바로 문희경 배우와 지난주 전주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받은 영화 '인생세탁소' 문숙희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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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 배우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출신이다. 제주에 가면 꼭 고기 국수를 먹어야 제주에 온 것 같다고 하는 제주토박이다. 문희경 배우가 목초밭에서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문희경
문희경의 제주향토음식 사랑은 남다르다. 특히 고기 국수를 좋아한다고 한다. 제주에 가면 반드시 고기 국수를 먹어야 제주에 간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올 때 아쉬워서 한 그릇 더 먹는다고 한다.

문 씨는 제주도에서 고·양·부 씨 다음으로 제주에 입도(올해가 832년)한지 오래된 성씨 중 하나이다. 그래서 탐라왕은 문 씨 사위에게 왕자 작위를 부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전주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다시 서울까지 올라 오느라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제주의 삶을 영화로 그려낸 이야기가 시작되자, 피곤함이 금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영화 인생세탁소는 '제주 탑동 사건' 혹은 '탑동 매립 반대 운동' 등으로 불리는 1988년도 실화이다. 제주 여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한 영화 속 주인공 옥희(문희경 분)이야기다.

문희경 배우는 숙명여대 불어학과 재학 중 강변가요제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은 가수이다. 그 후 뮤지컬 배우를 했다. 그리고 드라마 'SBS자인언트'에서 명연기를 떨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출연만도 50편이 넘는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 방송 예능, 트로트 가요 경연대회 출전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황금기를 걷고 있다. 문 배우는 이러한 바쁜 와중에도 제주도 홍보, 서울제주도민회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제주도 말로 "폭싹 속았수다(무척 고생했습니다)"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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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이자, 소설가인 제주 출신 문숙희 씨./문숙희
문숙희 감독은 영화 '마중'(2018), '사일의 기억'(2020) 등의 작품을 통해 제주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력이 특이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난해 서귀포시 문학상 소설 부문에서 '빌린 옷' 당선이 되었다.

문희경 배우는 곧 대만 공영방송 드라마 촬영을 위해 떠나야 한다. 모두 같은 문 씨라서 친척이냐고 물어봤다. 연기와 뮤지컬, 가수 까지 매우 바쁜 와중에 독립영화에 출연한 데 대해 특별한 인연이 있나 싶었다. 문희경은 "영화 때문에 처음으로 만난 사이"라고 햇다.

문 감독은 영화의 주요 내용 중 제주 어머니를 표현해야 하는데 문희경 배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연락을 했고,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줬다. 시나리오를 읽어 본 문희경은 "이 작품은 제주 출신 배우가 맡아야 영화가 살아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주도 사투리를 해야하는 해녀 역할이다. 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지난 2018년 영화 '인어전설'에서도 주인공 해녀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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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세탁소에서 옥희 역을 연기하는 배우 문희경./문숙희
영화 주인공 옥희는 조근어멍(둘째 부인)역할이다. 이 연기는 제주도 여인의 삶을 알고 있는 배우가 잘 표현 할 수 있다. 둘째 부인으로서 진한 감정으로 담아 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물질했으면서도 하군 해녀로서 궁핍함까지 담아내야 한다. 촬영할 때 조근어멍으로서 쪼그라드는 감정 뿐만 아니라 강인한 제주 여성으로서 옥희의 다양한 인생을 잘 표현해 매우 만족했다고 문 감독은 전했다. 특히 다양한 카메라 각도에서 문희경의 연기가 완벽하게 녹아들었다고 했다.

요즘 독립영화 제작 환경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러나 그의 영화 '인생세탁소'는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린 5·18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받았다. 제주 여인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감독은 2021년 탑동 해변에서 해녀가 카트를 끌고 콘크리트 길을 걸어 가는 모습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해녀 홍옥희씨를 직접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와 영화 제작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물론 주인공도 실명인 홍옥희다. 마침 문 감독이 나고 자란 곳도 바로 탑동 주변이다. 그래서 탑동 매립 전 뛰어놀던 바닷가를 떠 올렸다고 한다. 아름다웠던 해변은 지금 매우 깊은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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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주 감중이(갈 옷) 재료를 만드는 장면. 영화에서도 제주도 토속 방식 그대로 재연했다. 감중이 천으로 만든 옷은 제주 출신 고두심 배우가 즐겨 입는다./영화 스틸 컷
영화에서 제주 어머니들이 살아온 길을 사실적로 승화시키는 부분이 감중이(갈 옷) 천을 만드는 장면이다. 감중이의 일생은 신사복처럼 외출복이 되었다가 허름해질 무렵에는 농사할 때 입는 옷이 된다. 제주 갈옷은 제주 어머니들의 지혜가 담긴 제작법이 있다. 옷의 특징은 여름에 시원하고 질기다. 그리고 때가 잘 안탄다. 디테일하게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해녀는 제주의 어머니이란 주제가 영화를 관통한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지우 학생이 전주영화제에서 인생세탁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한다. 제주 출신이란 말에 바로 연락처를 주고 받을 정도로 금방 가까워졌다.

문 감독은 "작품 촬영 내내 힘들었는데 문희경 선배님이 많은 부분을 챙겨줘서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편했다. 제주 말로 존샘(잔정) 많은 언니"라고 했다.

인생세탁소는 6월 9일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서울독립영화제와 모스크바, 스페인, 스웨덴 등 해외 우수 영화제 초청을 받기도 했다. 영화관 상영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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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옥희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문희경/ 부두완 기자 영화 장면 스틸 컷
영화는 해녀 옥희와 전 남편의 딸 은영, 손자가 여러 이유로 불편 동거를 하면서 시작된다. 딸 양육권을 찾기 위해 돈이 절실해 세탁소를 팔아치우려는 은영과 지키려는 옥희가 갈등한다. 여기에 작은 마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닥치자 개발업자들 까지 나서 세탁소를 방해하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해당사자들이 오래도록 묵혀 둔 감정들까지 얽히고 설키면서 옥희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인생세탁소'에 대해 "전작 '사일의 기억'에서 무엇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하는 인물을 바라보았던 문숙희에게 '인생 세탁소'는 스스로 던져보는 답 비슷한 영화다. 특히 풍경이 아닌 인간이 사는 공간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작품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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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세탁소 시대 배경과 가옥 등을 잘 나타 낸 장면./영화 스틸 컷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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