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경 "제주의 속내 잘 모르면 연기하기 쉽지 않을것"
문숙희 "문 배우, 제주 사투리와 정서 실감나게 표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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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여인들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깊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물질하는 해녀들, 바다에서 나오면 바로 밭으로 향한다. 그래서 제주 여인들의 DNA는 강하다고 한다.
지난 9일 강서구 가양동 광화문살롱 카페에서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끊이지 않는 두 주인공을 만났다. 이들의 제주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주인공은 바로 문희경 배우와 지난주 전주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받은 영화 '인생세탁소' 문숙희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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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씨는 제주도에서 고·양·부 씨 다음으로 제주에 입도(올해가 832년)한지 오래된 성씨 중 하나이다. 그래서 탐라왕은 문 씨 사위에게 왕자 작위를 부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전주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다시 서울까지 올라 오느라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제주의 삶을 영화로 그려낸 이야기가 시작되자, 피곤함이 금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영화 인생세탁소는 '제주 탑동 사건' 혹은 '탑동 매립 반대 운동' 등으로 불리는 1988년도 실화이다. 제주 여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한 영화 속 주인공 옥희(문희경 분)이야기다.
문희경 배우는 숙명여대 불어학과 재학 중 강변가요제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은 가수이다. 그 후 뮤지컬 배우를 했다. 그리고 드라마 'SBS자인언트'에서 명연기를 떨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출연만도 50편이 넘는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 방송 예능, 트로트 가요 경연대회 출전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황금기를 걷고 있다. 문 배우는 이러한 바쁜 와중에도 제주도 홍보, 서울제주도민회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제주도 말로 "폭싹 속았수다(무척 고생했습니다)"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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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 배우는 곧 대만 공영방송 드라마 촬영을 위해 떠나야 한다. 모두 같은 문 씨라서 친척이냐고 물어봤다. 연기와 뮤지컬, 가수 까지 매우 바쁜 와중에 독립영화에 출연한 데 대해 특별한 인연이 있나 싶었다. 문희경은 "영화 때문에 처음으로 만난 사이"라고 햇다.
문 감독은 영화의 주요 내용 중 제주 어머니를 표현해야 하는데 문희경 배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연락을 했고,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줬다. 시나리오를 읽어 본 문희경은 "이 작품은 제주 출신 배우가 맡아야 영화가 살아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주도 사투리를 해야하는 해녀 역할이다. 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지난 2018년 영화 '인어전설'에서도 주인공 해녀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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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립영화 제작 환경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러나 그의 영화 '인생세탁소'는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린 5·18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인정받았다. 제주 여인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감독은 2021년 탑동 해변에서 해녀가 카트를 끌고 콘크리트 길을 걸어 가는 모습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해녀 홍옥희씨를 직접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와 영화 제작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물론 주인공도 실명인 홍옥희다. 마침 문 감독이 나고 자란 곳도 바로 탑동 주변이다. 그래서 탑동 매립 전 뛰어놀던 바닷가를 떠 올렸다고 한다. 아름다웠던 해변은 지금 매우 깊은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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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지우 학생이 전주영화제에서 인생세탁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한다. 제주 출신이란 말에 바로 연락처를 주고 받을 정도로 금방 가까워졌다.
문 감독은 "작품 촬영 내내 힘들었는데 문희경 선배님이 많은 부분을 챙겨줘서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편했다. 제주 말로 존샘(잔정) 많은 언니"라고 했다.
인생세탁소는 6월 9일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서울독립영화제와 모스크바, 스페인, 스웨덴 등 해외 우수 영화제 초청을 받기도 했다. 영화관 상영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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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인생세탁소'에 대해 "전작 '사일의 기억'에서 무엇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하는 인물을 바라보았던 문숙희에게 '인생 세탁소'는 스스로 던져보는 답 비슷한 영화다. 특히 풍경이 아닌 인간이 사는 공간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작품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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