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내용·캐릭터에 마음 뺏겨…김윤석의 합류도 선택 계기
멀지 않은 데뷔 30주년…"봉준호·박찬욱 감독의 덕을 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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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스레처럼 들렸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할 만했다. 이 영화는 1979년생 10월생인 배두나가 30대의 마지막이자 40대로 갓 접어든 2019년 10월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염과 함께 누구와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증상이 발현되지만 치사율은 100%인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하필이면 크랭크업 시점에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되면서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무려 6년여 만인 지난 7일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개봉까지 오래 걸렸지만, 마음 고생을 하기보다는 잊고 살았어요. 촬영이 끝나면 홍보 말고 배우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찍은 지 오래된 거같지 않다는 반응에 내심 안도하고 있어요. 영화속 방역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서는 '희망적인 내용이므로 차라리 펜데믹 때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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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합류도 작품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였다. 김윤석의 출연작 전부를 챙겨봤을 만큼 광팬인데, 연기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기대했던대로 역시 행복하고 짜릿했다. 촬영장 안팎에서 모든 걸 배려하고 양보하는 선배의 마음씀씀이에 감동받았고, 가수 장기하를 '택선'의 학교 동창이자 자동차 세일즈맨인 '연우' 역으로 캐스팅하자고 연출자에게 가장 먼저 제안하는 모습에서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와 닿았다.
1999년 영화 '링 바이러스'로 연기에 입문했으므로 데뷔 30주년이 멀지 않았다. '고양이를 부탁해' 등 오래 전 출연작들의 재개봉 소식이 들릴 때면 잊고 있었던 '짬밥'이 스스로 느껴질 정도다. "'플란다스의 개' '괴물'을 함께 했던 봉준호 감독님과 '복수는 나의 것'으로 만났던 박찬욱 감독님 등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어마어마한 작가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결과죠. 나이 들수록 촬영장에서는 더 가볍게 행동하려 노력해요. 감독부터 말단 스태프까지, 주연부터 단역까지 모두가 편하고 격의없이 지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현장에서의 제 모습이 '바이러스'의 '택선'처럼 실없이 웃고 마냥 행복해 보인다면 그래서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