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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또 탄핵 심판대… “공금 유용·대통령 살해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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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2. 03. 12:27

시민단체, 교육부 장관 시절 145억 원 유용 의혹 제기
대법원 기각 1년 만에 재점화
변호인 "예상했던 일, 헌법 절차대로 대응"
마르코스 대통령도 '유령 치수 사업' 부패 혐의로 탄핵 청문회 직면
PHILIPPINES GOVERNMENT IMPEACHMENT <YONHAP NO-5035> (EPA)
지난 2일(현지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퀘존시티의 하원 건물 앞에서 시위대들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며 두 사람의 캐리커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하원에는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두 건의 탄핵 소추안이 제출되었으며, 동시에 하원 법사위는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심의를 시작했다/EPA 연합뉴스
필리핀 주요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좌파 정당 연합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해 공금 유용과 대통령 살해 협박 혐의로 탄핵 소추안을 다시 제출하며 필리핀 정국의 혼란이 격화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AFP에 따르면 필리핀 주요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좌파 정당 연합은 전날 하원에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공식 제출했다.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던 첫 번째 탄핵안이 대법원의 '1년 내 중복 탄핵 금지' 위헌 판결로 무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탄핵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번 탄핵안의 핵심 사유는 부패와 대중 신뢰 배반이다. 고발인들은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 약 1000만 달러(약 145억 원)의 공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가 과거 기자회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과 영부인, 하원의장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발언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두테르테 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마이클 포아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제소는 전혀 놀랍지 않다"며 "적절한 헌법적 절차를 통해 모든 혐의에 당당히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로, 2028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꼽힌다.

이번 사태는 필리핀 내 양대 정치 가문인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의 갈등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연합해 집권했으나 이후 정책과 이권 다툼으로 결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단임제 규정으로 재선이 불가능해, 후계자를 통해 두테르테의 집권을 막으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마르코스 대통령 역시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필리핀 하원 법사위원회는 같은 날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는 실체가 없는 '유령 홍수 조절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낭비하고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원 밖에서는 약 100명의 시위대가 모여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 모두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 레이먼드 팔라티노(46) 씨는 AFP에 "정치인들의 충성심은 정치 왕조가 아닌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대법원의 판결과 작년 중간선거로 상원에 두테르테 우군이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탄핵 추진은 이전보다 더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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