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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국가 자본주의’...고려아연 미국 투자, 엔비디아 칩 중국 수출 허용 대가 정부 지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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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17. 11:09

고려아연 테네시 제련소 JV에 미 국방·상무부 지분 참여
WSJ "엔비디아 中 수출 허용 대가로 매출 25% 징수"
"전시 아닌 평시 정부 개입 일상화...국익 사유화 '정실 자본주의' 변질 우려"
트럼프 젠슨 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4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백악관에서 진행된 '미국 투자' 행사에서 젠슨 황(중국명 황런쉰·黃仁勳)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고려아연이 15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약 11조원 규모의 미국 테네시주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제련소를 100% 소유하면서 운영을 책임지지만, 현지 합작법인(JV)인 '크루시블 JV'에 최대 주주(40.1%)인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 WSJ "엔비디아 中 수출 허용 대가로 매출 25% 징수, 국가 자본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엔비디아에 대해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판매액의 25%를 연방정부에 지불하기로 했다고 밝힌 거래는 일종의 '국가 자본주의'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규정했다.

기업의 지분 취득·수익 공유·'황금주' 확보 등 이사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기적인 개입이 국가가 기업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의 행동을 조종하는 '국가 자본주의'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기업 지분 소유는 전시와 금융위기 때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조치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미국적인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표준 관행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WSJ 인터뷰에서 "국민이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기업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별로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실제 나는 그것이 매우 미국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팀 쿡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8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세번째)이 미소를 지으면서 듣고 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두번째)·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지켜보고 있다./AFP·연합
◇ AI '국가 챔피언' 육성과 독점의 부활

'국가 자본주의'의 색채가 가장 짙은 분야는 AI다.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는 '중국을 이기기 위해 독점 규제보다는 거대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의 지분 10%를 요구해 관철했고, 엔비디아 등 빅테크 간의 상호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WSJ은 "더 큰 틀에서 볼 때, 행정부는 국내 경쟁을 보존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챔피언'을 육성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는 한때 일본 경제의 특징이었던 상호 출자 구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도하 메키 전 법무부 반독점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AI 업계의 순환 거래를 도식화하면 그들의 결합이 트러스트(trust·독점 기업 활동)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며 "반독점 기관들이 그 관계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 미국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왼쪽부터)·메흐메트 오즈 메디케어(고령자 공공 건강보험)·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 건강보험) 서비스국(CMS) 국장·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화이자 의약품 가격 인하 발표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기업, 공포와 이익의 '양방향 도로'..."국가 자본주의, 정실 자본주의 변질 우려"

많은 최고경영자(CEO)는 사석에선 이러한 정부의 간섭에 반발하지만, 공개적으로는 침묵하거나 동조하는데, 이는 단순한 공포 때문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에 협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규제 완화, 관세 면제, 합병 승인 등의 '당근'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WSJ은 "국가 자본주의는 양방향 도로"라고 규정한 뒤 "많은 기업이 트럼프의 어젠다에 자신들을 맞춤으로써 중국 판매 권한, 관세, 규제 방식, 합병 허용 범위 등에서 더 나은 대우를 이끌어낸다"며 "국가 자본주의는 국가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에게 이익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화이자는 약값 인하와 연방 포털(TrumpRx) 판매, 그리고 미국 내 제조 투자를 약속하면서 의약품 관세 완화와 함께 비만 치료제 스타트업 '멧세라(Metsera)' 인수전에서 경쟁사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에 승리했다.

아울러 데이비드 엘리슨이 소유한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인수하려고 할 때 규제 당국은 파라마운트에 속한 CBS뉴스가 1600만달러의 합의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불하기로 결정한 후에야 이를 공식적으로 허가했다.

아울러 이후 합병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넷플릭스가 영화 ·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인수하기로 한 할리우드 '명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나섰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워너브러더스가 소유한 CNN방송의 소유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 인수전에는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참여하고 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정책 결정뿐만 아니라 언론 및 미디어 소유 구조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국가 자본주의'가 '정실(Crony) 자본주의'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WSJ은 "국가 자본주의는 국가에 이익이 돼야 하는데, 권력자들은 국가 이익을 자신의 이익과 동일시하려는 강한 유혹에 빠지면서 정실자본주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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