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 외국인 크리에이터 키우니…지역 상권 ‘활력 충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4010007365

글자크기

닫기

음성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2. 14. 17:34

충북 음성군 청년마을 '글로컬타운'
수정됨_베트남
글로컬타운 프로그램에 참여한 베트남 청년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열대과일 손질 시연을 하고 있다. /글로컬타운
충북 음성군의 한 중국집. 외국인 손님이 거의 없던 이 가게는 어느 날부터 베트남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글로컬타운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청년들이 이 가게를 찾아 음식을 먹고, 영상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조회 수는 수십만 회를 넘겼고, 가게의 풍경도 달라졌다. 백숙집과 동네 식당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두고 "글로컬타운 효과"라고 말한다.

글로컬타운은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올해 신규 선정된 음성군 청년마을이다. 청년마을은 지역 청년의 유출을 방지하고 외지 청년의 유입을 도와 지역에 활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행안부는 현지 청년과 외지 청년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청년마을 1곳당 3년간 국비 6억원(매년 2억원)을 지원한다.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청년마을이 운영되고 있지만, 음성의 글로컬타운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기존 청년마을이 주로 한국 청년의 지역 유입과 정착에 초점을 맞췄다면, 글로컬타운은 외국인 청년을 핵심 참여 주체로 전면에 세웠다. 전국 군 단위 지역 가운데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음성의 지역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운영 방식이다.

음성에는 현재 63개국에서 온 외국인 1만5000여 명이 살고 있다. 글로컬타운은 이들을 '이주 노동자'나 '유학생'이 아니라, 지역을 새롭게 해석하고 알릴 수 있는 주체로 설정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하루 동안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 교육을 받은 뒤 지역의 식당과 공장, 농장, 문화유산 등을 직접 찾는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인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만드는 영상은 대부분 1분 안팎의 숏폼이다. 정제된 홍보 영상과 달리, 외국인 청년의 시선과 언어가 그대로 담긴다. 같은 가게라도 누가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소비된다. 베트남·몽골·중앙아시아 청년들이 자기 모국어로 음식을 소개한 영상은 자연스럽게 같은 국적의 커뮤니티로 확산됐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은 200여명에 이르고, 이들이 제작한 지역 기반 영상 콘텐츠도 200건을 넘는다.변화는 가장 먼저 지역 상인들에게서 나타났다. 영상이 퍼진 뒤 외국인 손님이 늘었고, 가게를 찾는 방문객 구성 자체가 달라졌다. 이아리 글로컬타운 대표는 "외국인 청년들이 자기 돈을 내고 밥을 먹고, 그 경험을 자기 언어로 영상에 담아 온라인에 올린다는 점이 기존 홍보와는 다르다"며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반응도 뚜렷하다. 음성에 오래 거주해온 외국인 참가자들은 "이런 음식과 장소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음성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 역시 "다른 나라 청년들과 함께 지역을 경험하는 게 신선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지역에 계속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글로컬타운은 단발성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기본 틀은 같지만 매회 방문하는 장소와 주제가 달라지고, 일부 참가자들은 여러 차례 반복 참여하며 관계를 넓힌다. 콘텐츠 제작과 탐방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가 누적되면서, 외국인 청년들에게 음성은 '스쳐 가는 지역'이 아니라 '다시 찾는 지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컬타운은 행안부 주관 청년마을 대표 간담회에서도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청년마을이라는 제도 안에서, 외국인 청년을 참여 주체로 세운 운영 방식이 차별적이라는 평가다. 이아리 대표는 "외국인을 노동자나 유학생이 아니라 지역을 함께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이자 동료 시민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글로컬타운은 기존 청년마을의 틀을 넓히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