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문화역서울284서 열려 11개국 36개 작품으로 확대…"일방통행 동선으로 몰입감 극대화"
붙임2-3. 주요작품(아누크 크라이토프-전 지구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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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 아누크 크라이토프의 '전 지구의 언어'. /서울문화재단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전시장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스크린이 빼곡히 늘어선 대형 설치작품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전 세계 196개국에서 수집한 8800개의 춤 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재생되며, 보그댄스부터 K-팝 안무, 플래시몹까지 인류의 다양한 몸짓이 쉼 없이 흐른다. 네덜란드 작가 아누크 크라이토프의 '전 지구의 언어'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이 옛 서울역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제4회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5'는 첨단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동시대 사회를 성찰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올해 페스티벌은 작년 24개 작품에서 퍼포먼스와 시네마를 포함한 36개 작품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번 축제의 총괄 아트디렉터를 맡은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손미미는 "11개국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일방통행 동선으로 구성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작품 간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정우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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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 /사진=전혜원 기자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영화미술 디자이너 출신 예술가 이정우의 '쓰여진 영화, 쓰여질 역사'다. 그는 해방 직후 제작된 독립영화 '자유만세'(1946)에 주목했다. 주요 배우와 감독의 월북으로 인해 검열 삭제되어 유실된 부분을 인공지능(AI)으로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작품은 과거 근대기의 정치적 검열과 현재 AI 기술에 내재된 편향성을 교차시키며, 기술이 역사와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사 인식의 특이점과 기술적 검열 문제를 제기한다.
전시장 곳곳에선 기술과 신체, 사운드가 결합된 실험적 작품들이 펼쳐진다. 신교명의 '원형의 원'은 높은 탑을 중심으로 기계들이 회전하며 멈춤과 움직임을 반복하는 작품이다. 마치 의례를 치르는 듯한 이 '탑돌이'는 기계가 스스로 존재와 지속을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윤정의 '꿈꾸는 아기들: 일리'는 23종의 염색체 이상을 지닌 하이브리드 인간 아기들이 가상 인큐베이터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관객은 챗지피티(ChatGPT)를 통해 실시간으로 잠자는 아기와 소통할 수 있다.
신교명 원형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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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명의 '원형의 원' ./사진=전혜원 기자
한윤정 꿈꾸는 아기들 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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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정의 '꿈꾸는 아기들: 일리'. /사진=전혜원 기자
홍콩 작가 오블릭 사운드워크(차크람 응)의 '더 클럽'은 여러 명이 함께 핀볼 머신을 연주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이다. 공이 튕기고 충돌할 때마다 다른 소리가 생성되고, 상단의 턴테이블은 이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루프를 만든다. 스위스 형제 작가 코드액트의 '파이톤'은 긴 금속 몸체가 스스로 비틀리고 흔들리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계 생명체'로, 알고리즘에 따라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금속 구조물이 관람객에게 기계가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블릭 사운드워크(차크람 응)의 '더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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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릭 사운드워크(차크람 응)의 '더 클럽'.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일본 도쿄도역사문화재단, 중국 중앙미술학원과 함께 '한·중·일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과 공동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유럽·북미 중심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창작 역량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한국의 룹앤테일은 게임 플레이를 기반으로 도시 괴담을 재구성하는 워크숍을, 중국의 치우 위는 키네틱 구조와 3D 프린팅을 결합한 설치 작업을, 일본의 사이드 코어는 도쿄 지하공간을 3D 스캔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16일부터 21일까지는 '언폴드엑스 시네마'도 열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참여한 케이티 패터슨의 '미래 도서관: 펼쳐지는 한 세기', 2025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 수상작인 파울라 가에타노 아디의 '과나케르',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작가 김아영의 '다공성 계곡' 등 10편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언폴드엑스는 지난 15년간 아트&테크 분야에서 서울의 미래적 정체성을 구축해왔다"며 "올해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글로벌 협력과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혁신적 예술 생태계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