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맹신도, 배타적 태도도 옳지 않아…적절하게 AI 활용해야
애니 중흥 위해 정부 지원 필수…韓영화산업, 내후년까지 고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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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AI를 대하는 영화인들의 '모 아니면 도' 식의 태도부터 짚었다. CG를 사용할 때처럼 AI를 과신할 필요도, 기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님들을 만나면 CG에 너무 의존하거나, 아니면 너무 배타적이거나 둘 중 하나인 분들이 대부분이죠. 일례로 흔히들 '다크 나이트'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을 실사 촬영만 고집하는 감독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놀런 감독이야말로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장 영리하게 CG를 활용하는 연출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도 마찬가지예요. 효과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실사 촬영과 AI의 사용처를 적절하게 구분한 뒤 접근하는 자세가 옳다고 봐요."
그래서 장 대표가 이끌고 있는 모팩스튜디오는 기존의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대신, 기존의 파이프라인(작업 체계)에서 각 단계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AI를 접목시키고 있다. 창작자의 세밀한 의도까지 충분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인데, 이 같은 경우에만 관객들이 AI와 실사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결과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AI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지, 비용과 기간 혹은 투입 인력을 줄이는 데만 급급해 누가 봐도 눈치챌 수 있도록 AI를 남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 수준만 놓고 볼 때 생성형 AI의 가장 큰 단점은 '연속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이미지를 앞세우는 광고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활용 분야가 제한적인 이유"라며 "첨단 기술로 무장한 F1 머신이 있어도 영화속 브래드 피트 같은 드라이버가 경로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만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것처럼, 또 날고 기는 선수들이 늘 모여있어도 감독의 지휘 여부에 따라 강팀과 약팀을 수시로 오가는 레알 마드리드처럼 결과물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건 AI가 아닌 인간 크리에이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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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 대표는 '킹 오브 킹스'로 확인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 및 내년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 여부와 관련해서도 가감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애니메이션은 저처럼 혼자 꾸역꾸역 해내기가 정말 힘든 분야예요. 애니메이터 양성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 실행과 법령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위원 자격으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진영 씨에게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 어떻게 달라질지는 지켜봐야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 한국 영화 산업은 극장 개봉 편수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어 더 힘들어질 것 같고, 올해 투자 중단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내후년은 폐업 수준에 이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알 수 있듯이 스트리밍 업계가 극장 산업과 극장 개봉 영화의 브랜드적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한 징후는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스트리밍 업계와 극장의 공존이 이뤄지고, 극장에서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콘텐츠 개발에 영화인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