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2026 한국 영화와 AI] ③ AI 맹신은 금물! 사람이 중요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3010007139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14. 11:08

VFX 1세대인 애니 '킹 오브 킹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AI에 대한 맹신도, 배타적 태도도 옳지 않아…적절하게 AI 활용해야
애니 중흥 위해 정부 지원 필수…韓영화산업, 내후년까지 고생할 듯
장성호 감독
국내 특수 시각 효과(VFX) 1세대이며 연출과 제작을 겸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로 할리우드 진출을 이뤄낸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한국 영화 산업의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 필연적이라면서도 영리한 운용이 제한적으로 곁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중순 '킹 오브킹스'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의 모습./제공=모팩스튜디오
30여 년 전 특수 시각 효과(VFX)) 1세대로 출발해, 한국 영화의 질적 변화를 묵묵히 뒷받침해 왔다. 또 최근에는 소리소문없이 애니메이션 연출과 제작에 뛰어들어 할리우드 공략이란 엄청난 성과도 일궈냈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는 침몰중인 한국 영화 산업과 인공지능(AI)의 만남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감독 겸 제작자인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영화인 대부분이 생존을 고민하는 요즘 같은 위기에 AI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인 건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AI는 단순한 도구일 뿐,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한다"며 AI를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여기는 듯한 영화계 일부의 시선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AI를 대하는 영화인들의 '모 아니면 도' 식의 태도부터 짚었다. CG를 사용할 때처럼 AI를 과신할 필요도, 기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님들을 만나면 CG에 너무 의존하거나, 아니면 너무 배타적이거나 둘 중 하나인 분들이 대부분이죠. 일례로 흔히들 '다크 나이트'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을 실사 촬영만 고집하는 감독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놀런 감독이야말로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장 영리하게 CG를 활용하는 연출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도 마찬가지예요. 효과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실사 촬영과 AI의 사용처를 적절하게 구분한 뒤 접근하는 자세가 옳다고 봐요."

그래서 장 대표가 이끌고 있는 모팩스튜디오는 기존의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대신, 기존의 파이프라인(작업 체계)에서 각 단계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AI를 접목시키고 있다. 창작자의 세밀한 의도까지 충분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인데, 이 같은 경우에만 관객들이 AI와 실사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결과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AI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지, 비용과 기간 혹은 투입 인력을 줄이는 데만 급급해 누가 봐도 눈치챌 수 있도록 AI를 남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 수준만 놓고 볼 때 생성형 AI의 가장 큰 단점은 '연속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이미지를 앞세우는 광고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활용 분야가 제한적인 이유"라며 "첨단 기술로 무장한 F1 머신이 있어도 영화속 브래드 피트 같은 드라이버가 경로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만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것처럼, 또 날고 기는 선수들이 늘 모여있어도 감독의 지휘 여부에 따라 강팀과 약팀을 수시로 오가는 레알 마드리드처럼 결과물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건 AI가 아닌 인간 크리에이터"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유니버설 픽쳐
컴퓨터 그래픽(CG)을 드러나지 않게 활용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처럼 우리나라 감독들도 인공지능(AI)의 영리한 사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는 게 장성포 모팩스튜디오 대표의 생각이다. 사진은 놀런 감독이 '오펜하이머' 촬영장에서의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제공=유니버설 픽쳐스
AI가 궤멸 일보 직전으로 내몰린 한국 영화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내비쳤다.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한 AI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제작 편수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개나 소나' 뛰어들어 양적 증가와 반비례해 전체적인 질적 하향 평준화가 진행된다면 AI가 없었을 때보다도 오히려 못한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장 대표는 '킹 오브 킹스'로 확인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 및 내년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 여부와 관련해서도 가감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애니메이션은 저처럼 혼자 꾸역꾸역 해내기가 정말 힘든 분야예요. 애니메이터 양성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 실행과 법령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위원 자격으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진영 씨에게 공식적으로 건의했는데, 어떻게 달라질지는 지켜봐야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 한국 영화 산업은 극장 개봉 편수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어 더 힘들어질 것 같고, 올해 투자 중단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내후년은 폐업 수준에 이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알 수 있듯이 스트리밍 업계가 극장 산업과 극장 개봉 영화의 브랜드적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한 징후는 그나마 긍정적입니다. 스트리밍 업계와 극장의 공존이 이뤄지고, 극장에서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콘텐츠 개발에 영화인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