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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해법②] AI 산업은 뛰는데…기약 없는 원전 계속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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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7. 16. 06:00

RE100 산단, REC로 의미 퇴색…기업들 자구책
재생e 간헐성 LNG로 보완, 100% RE100 난관
기술 모태인 미국 계속운전, 안전성 입증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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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충족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산업계와 에너지학계에서는 정부가 불가능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RE100 산단 우선 대상지인 호남권과 울산지역에 아마존과 같은 국내외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파격 혜택을 약속했지만,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산업 전력수요를 대비하기엔 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성이 첨단산업 공정의 주 에너지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결국은 공장 라인을 돌리는 전력은 원자력과 같은 안정성이 확보된 에너지원이 주체가 되고, 100%라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고파는 형식적인 산단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문주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위원은 "첨단산업 업종들의 경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어려운 재생에너지를 보조하기 위해 산단 주변에 LNG 발전소를 지어 비상시 전기를 끌어다 쓰게 될 텐데 이는 100% 재생에너지 산업단지라고 볼 수 없다"며 "미국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RE100 목표달성에 끼워 넣듯이 결국은 RE100 산단도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날 RE100 가입 기업들의 무탄소 전력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재생에너지구매계약(PPA)에 원전 에너지도 포함할 수 있는 관련 현행법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부족은 물론, 비싼 에너지 단가와 공급 불안정성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가 갖춰져 재생에너지로 충분한 전력량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 매력도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인지가 우선 고민이 된다"며 "반도체 공장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재생 에너지의 한계성이 분명해 기업들도 REC나 PPA와 같은 쉽고 간단한 방법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에 드는 예상 전력 소비량은 2030년 83.3테라와트시(TWh), 2038년 140.2TWh로, 재생에너지로는 각각 69.2%, 81.6% 수준 밖에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평균 전력구입 비용은 1킬로와트시당(㎾h)당 134.8원으로, 1㎾h당 400원대인 해상풍력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건설 비용까지 더하면 전력 단가는 500∼6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재생에너지 돌발공백에 대비해 전력을 빠르게 출력하는 복합발전소의 LNG 가스터빈 기동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력당국은 지난 4월 예보에 없던 구름이 피크시간대 남부 일대를 가리면서 전력수요가 치솟자 700메가와트(㎿) 안팎의 가스터빈을 긴급히 단독기동한 바 있다. 기온 변화 외에도 다양한 발전 변수가 존재하는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은 ESS로도 대응이 어려운데다 결국 LNG와 같은 기존 에너지와 병용이 필수여서 RE100 목표 달성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발전2
한국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발전 전경/한국남동발전
◇원전 계속운전 안전성 확보…에너지믹스 위한 정책 개선 시급
결국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발전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인 과제를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고리 2·3·4호기, 한울 1·2호기, 한빛 1·2호기의 원전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완료하는 등 계속운전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원전은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국내 에너지 수입 전면 중단 시 2~3년 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운전허가기간 만료 원전 10기의 1년 계속운전을 통해 LNG 발전을 대체 할 경우, 연간 약 10조7000억원 이상의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원전 계속운전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과연 안전 하겠느냐는 국민들의 불안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서 학습된 방사능의 위험성이 계속운전에 접목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 원전 사례로 반박한다. 정작 한국 원전기술의 모태인 미국은 계속운전을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엄격한 잣대와 검증을 들이대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가동원전 94기 중 91%가 계속운전승인을 받고 64기가 계속운전 중으로, 이 중 22기의 원전은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해 8기에 대한 승인이 나 80년 운전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영구 정지됐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20년간 PPA 체결로 2028년부터 재가동될 예정인 미국의 TMI 원전 1호기의 경우 국내에서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보다 상업 운전 착수시기가 4년 앞선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거 지어진 국내 원전의 경우 오히려 기술이 부족해 더 두껍게 만드는 등의 안전 요소들이 존재하고, 선진국들의 계속운전을 통한 성숙된 기술도 쌓여있어 안전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TMI 1호기와 같이 오래되고 세워놨던 발전소를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재가동 하는 것은 미국이 그만큼 에너지원이 절박하다는 증거로 한국도 빠른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안전성 심사 기준 역시 국내 원전의 계속운전 당위성을 설명해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행 국내 기준으로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도 신청 준비와 안전성 평가, 설비 개선 등 절차에 3년 반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운영기간 10년을 한참 못 미친다. 실제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에만 5년 2개월이 소요돼 3년밖에 쓰지 못했다. 계속운전 기한을 운영기관이 선택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에서 "다양한 노형의 원자로에 대해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규제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과학기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도 정보를 활용한 차등 규제 체계를 도입해 효과적인 규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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