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치권 눈치보느라 강한 메시지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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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임시회의를 열어 사법신뢰 훼손과 재판 독립, 정치 사법화 우려 등에 대한 5개 의안을 논의하고 표결을 진행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의제는 크게 두 갈래다.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유감 표명 △대법관 탄핵·사법개혁 등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정치권 규탄 등이다.
그러나 두 의제가 결국 논리적으로 상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 법관들의 내부 의견도 상당히 엇갈렸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로 사법 신뢰가 훼손된 만큼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권의 조치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여기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선 의견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까지 제기돼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사법부가 정부·여당의 눈치보기로 어느 하나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관대표회의의 통일성이 중요한데, 이런 식의 혼란만 보여주면 다음 번에 누가 법관회의를 존중할 수 있겠냐"며 "모두의 중지를 모아 다룰 만한 안건을 상정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거꾸로 사법부에 대한 정부·여당의 과도한 공격 아니냔 얘기가 됐다"며 "결국 서로 대립되는 주장이 나오며 결론 없이 끝났다"고 꼬집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 또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하면서 회의를 연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지 않았냐"며 "이는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원 전체가 민주당의 공격으로 수모를 겪은 상황에서 여기에 대해서도 법원의 제대로 된 입장이 나오지 못했다"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강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 것이다. 전국 법관을 대표하는 조직이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