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집권 36년 최대 시험대 직면 이란 하네메이 체제, 얼마나 연명할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30010015648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6. 30. 13:21

NYT "하메네이 생존 최대 시험대, 이란인들 명목상 원수 원해"
페제시키안 대통령 "통치관 바꿀 기회"
UAE 정치학자 "이슬람공화국, 4~5년 버틸 것"
팔레비 왕조 왕세자 "신정체제 종식, 신이란 건설할 때"
USA-SECURITY/IRAN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6월 12일(현지시간) 이란 일람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이란 대통령실 웹사이트 캡처·로이터·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핵 등 주요 군사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된 이란의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신정체제가 전환의 위기를 맞이할 것인지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군사작전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돼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라늄 농축을 이란의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만든 성직자 독재 체제 축출을 겨냥했지만, 86세의 하메네이를 제거하기 직전에 중단돼 46년의 이슬람 공화국이 연명할(limp on) 수 있게 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Iran Israel Mideast Wars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6월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
◇ NYT "하메네이 생존 게임, 집권 36년 중 최대 시험대...위기 해결 방안 놓고 긴장 고조"
페제시키안 대통령 "통치관 바꿀 기회"
NYT "이란인들, 선출직 권한 강화...최고지도자 명목상 원수로의 변화 선호"

하지만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하마스·헤즈볼라(레바논) 등 이란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원했던 반서방 무장단체 '저항의 축'이 붕괴되고, 이번 전쟁에서 핵시설이 폭격당했으며 이란 상공을 적들에게 내주는 등 하메네이 체제는 굴욕을 당했다.

1979년 팔레비 왕정을 전복시킨 신정주의 반서방 혁명의 수호자인 하메네이는 지난 26일 동영상 연설에서 "이슬람 공화국이 승리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생존 게임을 집권 36년 중 가장 큰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통치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 등 이미 이번 전쟁으로 인한 위기 해결 방안을 놓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언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란의 많은 사람들은 선출 기관들을 강화하고, 최고지도자를 궁극적인 권한의 원천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왕(天皇)처럼 명목상 국가 원수로 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장로 정치적 신학 체제에 억압받는다고 느끼지 않게 되는 공화국에 가까운 이란을 추구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IRAN-ISRAEL-CONFLICT-KHAMAENEI
이란의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휴전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이란 IRIB뉴스 캡처·AFP·연합
◇ 하메네이, 2009년 200만명 대봉기 진압 때처럼 혁명수비대·비시즈 민병대 배치
UAE 정치학자 "이란 이슬람공화국, 4~5년 버틸 것"

이란 신정체제 내 강경파는 분열을 위험 신호로 간주하고, 양보를 붕괴 예고로 믿는데, 이는 소련이 형성 69년 만인 1991년 붕괴한 후 구소련과 동유럽에 서구 민주주의를 가져온 '색깔 혁명'에 하메네이와 그의 측근들이 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어떤 핵 협상도 의심하고 있다.

이미 하메네이는 2009년 200만명이 넘는 시민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재집권시킨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봉기로 이슬람 공화국이 붕괴 위기에 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명을 체포하고, 최소 3명을 처형했으며 쿠르드족과 다른 저항 세력 지역에 15만에서 19만명으로 추정되는 혁명수비대와 준군사조직 바시즈를 배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전쟁으로 하메네이 체제의 권력 기반이 약화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정치학자인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국민은 연이은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싶어하지만,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면서도 "약해진 이슬람 공화국이 4~5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US-SUPPORTERS-OF-REGIME-CHANGE-IN-IRAN-RALLY-IN-L.A.
이란 '체제 전환(레짐 체인지)' 지지자들이 6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윌셔 연방 건물 앞에서 망명한 이란의 '왕세자'이자 야권 지도자 레자 팔레비의 사진을 들고 집회를 갖고 있다./AFP·연합
FRANCE-IRAN-ISRAEL-CONFLICT
이란 야권 지도자이자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가 6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FP·연합
◇ 이란, 혁명 후 성직주의·폐쇄적 모습과 세속주의, 자유 추구 모습 보여줘
팔레비 왕조 왕세자 "신정체제 종식, 새로운 이란 건설할 때"

이란이 혁명 이후 46년 동안 성직권주의와 세속주의, 심오한 이슬람 신앙과 자유주의적 가치에 대한 지지 사이에서 실행 가능한 타협점을 모색해 왔고, 가혹하고 폐쇄적인 모습과 활기차고 자유를 추가하는 모습이 빠른 속도로 뒤바꿔왔다는 점에서 체제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2022년 한 젊은 여성이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의 물결에서도 나타난다. 이 시위는 고령의 성직자가 여성의 옷차림을 지시하는 것에 대한 깊은 분노를 반영한 것이었고, 지금은 더 많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고 다니며 질책이 점점 더 드물어지고, 가벼워지는 일부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혁명수비대 등을 통한 억압 능력뿐 아니라 1935년 이란 건국 이후 한세기에 걸친 격변에 대한 피로감으로 국민이 더 이상의 혼란과 유혈 사태를 원하지않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신정체제가 약화된 상태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유엔 사무차장 출신으로 하메네이를 만난 적이 있는 제프리 펠트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체제에 대항할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쫓겨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는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상황을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유하면서 신정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이란을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