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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쟁’ 끝난 네타냐후 총리 다음 행보에 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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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6. 29. 11:13

가자전쟁 종식 및 조기 총선 가능성도 거론
그간 조심스러웠던 '은퇴' 논의도 본격 시작
ISRAEL-PALESTINANS/NETANYAHU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중부 레호보트 소재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과의 '12일 전쟁'으로 지지율이 반등한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이스라엘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자 전쟁 종식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조기 총선 가능성도 거론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매일같이 언론 앞에 나섰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현장을 방문하고, 지지자들로 가득한 팔라펠 가게를 찾으며 전쟁의 중심 인물로 부각됐다.

총리 재임 기간만 16년에 달하는 네타냐후는 오랜 정치 경력 내내 이란을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해 왔다. 그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했다고 자평하며, 이를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마무리된 이번 전쟁에 대해 유대계 이스라엘인 중 80% 이상이 지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이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도 대다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네타냐후를 "영웅이자 전사"라고 치켜세우며, 그가 직면한 부패 재판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이제 네타냐후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FT는 "네타냐후 대통령이 최근 중단된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협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위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조기 총선 가능성에 대한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나는 사명이 있어 이 자리에 있다"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완수해야 할 임무가 여전히 많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생각을 잘 아는 인사들은 조기 총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여전히 "가능성은 낮은 선택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총리의 행보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20개월간 이어진 침묵 기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FT는 전했다.

당시 공격은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 사회에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안겼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200명이 숨졌다. 그 기간 네타냐후는 기자회견을 자제하고 즉흥적인 대중 발언도 거의 하지 않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바로 가자지구 전쟁이다. 네타냐후는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압박을 받아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50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 중 생존자로 추정되는 인질은 20명이다.

공식적으로 차기 총선은 2026년 가을로 예정돼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예산 처리 시한 등 이유로 선거가 그해 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타냐후 측근 중 일부는 이란과의 전쟁이후 그가 정치적으로 더 많은 공간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마스와의 인질-휴전 교환 협상에서 입장을 유연하게 가져가고, 가자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지난 주 이란 전쟁이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 협정의 극적인 확대'를 위한 "기회의 창"을 열었다며, "하루도 허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리의 복심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그는 중동 평화 확장을 위해서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이 선결 조건임을 알고 있다"며, "지금 그는 중동을 바꾸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완성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타냐후가 이 같은 양보를 단행할 경우, 극우 파트너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의 지지를 잃게 될 수 있으며, 결국 조기 총선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총리에게 있어 가장 간단한 선택지는 현재 연정을 유지하면서 7월 말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국회 여름 휴회 이후 본격적인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또한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부패 혐의 재판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그는 사기, 뇌물수수, 배임 등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유죄 판결 시 실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재판이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유죄를 인정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겐'이 비공식적으로 재개되었지만, 정계 은퇴를 조건으로 내건 합의에 대해 네타냐후가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FT는 총리의 고령과 계속된 법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조심스럽게만 언급되던 하나의 선택지가 최근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로 '은퇴' 가능성이다.

정치 전략가 나다브 슈트라우흘러는 "그는 이제 곧 76세가 되며, 오랜 꿈이자 인생의 목표를 막 완수했다"며 "지금까지는 그런 말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그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단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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