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완전한 '분리 독립' 의지 분석
정몽진·정몽익 회장도 지분정리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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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KCC 지분을 형 정몽진 회장의 장남인 정명선 씨에 증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승계와 계열 분리'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정몽익 회장은 정명선 씨에게 KCC주식 3만5728주(0.4%)를 증여했다. 증여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당시 종가기준 KCC의 주가가 29만45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증여액은 105억원 상당이다.
이에 따라 정명선 씨의 KCC 지분율은 기존 0.62%에서 1.03%로 늘어났다. 정명선 씨의 누나이자 정몽진 회장의 장녀인 정재림 KCC 상무도 2020년 정몽익 회장으로부터 KCC 지분 2만9661주를 증여받은 바 있다.
업계에선 정몽익 회장이 형인 정몽진 회장의 자녀들에 KCC 지분을 증여하는 이유로 완전한 분리 독립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오너 일가는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비상장사의 경우 10% 미만)으로 낮춰야만 계열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외부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증여 등의 방식 등이 있다.
또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글라스 주식과 정몽익 회장이 갖고 있는 KCC 주식을 맞교환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이를 위해서라도 정몽익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KCC 지분율을 낮춰야만 한다. 이날 종가 기준 KCC의 주가는 30만4500원, KCC글라스의 주가는 3만2950원으로 두 회사의 주식 가치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은 현재 가치로 1012억원에 달하지만 정몽진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 5.78%의 현재 가치는 304억원에 불과하다.
정몽열 KCC건설 회장의 지분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정 회장은 KCC건설 최고경영자이지만 KCC(36.03%)에 밀려 아직 최대주주엔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향후 지분을 교환해 자신의 지분을 KCC에 넘기면서 KCC건설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몽진 KCC회장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은 2021년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부터 지분 교통정리에 나서왔다. 이는 두 형제의 변화된 지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 정몽진 KCC회장의 KCC 지분율은 19.58%에서 현재 20%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KCC글라스의 지분은 8.56%에서 5.78%까지 줄어들었다.
정몽진 회장 역시 2023년부터 KCC글라스 지분을 정몽익 회장의 아내 곽지은 씨와 조카(정선우·수윤·제선·한선·연선)에게 증여하며 지분율을 축소할 수 있었다.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의 경우 2022년 기준 8.47%였던 KCC 지분율이 현재 3.74%로 줄어든 반면, KCC글라스 지분은 26.06%에서 27.15%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KCC그룹의 움직임이 완전한 독립 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지분 정리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KCC그룹의 승계와 계열 분리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으로부터 독립한 뒤 상호 지분율을 떨어트리기 위해 노력해온 CJ와 신세계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CC 측은 "계열 분리는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