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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불리 이란, 트럼프에 SOS “이스라엘 공격 멈추게 하면 핵협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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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6. 17. 08:16

WSJ·로이터 "이란, 미국에 종전 중재하면 핵협상 재개 메시지"
이란 외무장관 "네타냐후 막는데, 미국 전화 한통이면 돼"
트럼프 "핵무장 불가 이란, 거래에 서명했어야"
네타냐후 "핵 위협 제거까지 공격"
IRAN-ISRAEL-CONFLICT-ARMY-NUCLEAR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이란 테헤란 남서쪽 비드카네 미사일 시설로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15일(현지시간) 찍은 사진./AF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스라엘과 공습전에서 뚜렷한 전력 차이를 보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상호 공격 중단을, 미국에 대해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는 제3국을 통해 다급히 보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한, 핵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데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아랍국가 관리들에게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은 당초 지난 15일 오만에서 미국과 6차 핵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13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격 이후 협상을 취소했다.

IRANIAN-ISRAELI WAR
15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의 한 정유공장에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UPI·연합
◇ WSJ·로이터 "열세 이란, 이스라엘에 적대 행위 중단, 미국에 종전 중재 전제로 핵 협상 재개 메시지"
이란 외무장관 "네타냐후 입 막는데, 미국 전화 한통이면 충분"...트럼프 "핵무장 불가 이란, 거래에 서명했어야"

이와 동시에 이란은 무력 공방을 억제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란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즉각적인 휴전을 추진하도록 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가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대가로 핵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두명의 이란, 3명의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 등 걸프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전투를 중단하도록 미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로비를 해왔다고 WSJ이 아랍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진정성이 있고, 이 전쟁을 멈추는데 관심이 있다면 다음 조치가 중요하다"며 "네타냐후 같은 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면 워싱턴(미국 정부)에서 전화 한통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이 같은 다급한 메시지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제공권을 장악해 핵시설·방공시스템·전투기 등 주요 군사 인프라뿐 아니라 이날 이란 국영방송인 IRIB을 폭격해 생방송을 중단시키는 등 확연한 전력 우위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의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 계기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들(이란)이 대화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진작에 그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내가 하라고 한 '거래'에 서명했어야 했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 즉시 테헤란에서 대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로이터에 이란에 우라늄 농축 중단에 합의할 시간을 60일 줬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시간이 만료됐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4일 이란에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조속히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IRAN-NUCLEAR/
이란 시민들이 15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상점에서 생필품을 고르고 있다./웨스트아시아통신·로이터·연합
◇ WSJ "이란 제공권 장악 이스라엘, 핵시설 치명적 파괴·하메네이 신정 체제 결정적 약화까지 공격 지속"
네타냐후 "이란 핵무기·탄도미사일 위협 제거까지 공격"...이스라엘 관리 "최소 2주 공격 준비"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 영공에 전투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제공권을 장악했고, 이란의 반격이 최소한의 피해를 입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이란의 핵시설을 더 파괴하고, 신정 정부의 권력 기반을 더 약화시키기 전에 공격을 중단할 동인은 거의 없다고 WSJ은 진단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군이 최소 2주의 공격을 준비했다고 했고, 한 고위관리는 공습 개시 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이 이스라엘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 등을 통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이 파괴될 때까지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 체제 전복이 목표는 아니지만, 이란 체제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공격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트럼프가 원한다면 협상에 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모두 제거하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며 "다른 방법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좋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60일의 기회를 줬다"고 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Israel-Netanyahu's Mission in Iran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12년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제67차 유엔 총회 일반 토의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장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AP·연합
◇ 하메네이 고립 성공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타격 전과 미미, 장기 소모전 여력 부족 분석
이란 관리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타격 위해 미국 지원 필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주요 이란군 수뇌부가 사실상 궤멸돼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오랜 공습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이 소모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결국엔 외교적 해결책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란 측과 접촉한 아랍국가 외교관들이 평가했다.

실제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명확한 출구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고, 산 아래에 있는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과 같은 목표물에 의미 있는 타격을 가하려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을 첨단 무기 등으로 지원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임을 우려한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을 경우 핵프로그램을 가속하고, 확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아랍 관리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핵 협상에서 새로운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아랍 관리들은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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