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디지털자산 시장 부흥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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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서는 아직도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 당국과 금융권의 움직임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필자는 NH농협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시절인 2021년 3월에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특금법)' 제정과 맞물려 코인거래소 2개 업체와의 실명 계정 계약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인연이 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5년5월 현재에도 업계의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금융당국의 규제 일변도 접근방식에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당초 특금법을 제정한 것도 디지털자산 업계의 기술과 성장을 독려하려는 차원은 아니었다.
일반 금융거래로 볼 수 없는 디지털자산 거래에서 실명 확인이나, 불법 자금세탁 추적이 힘든 만큼 은행과의 실명계정 거래 약정을 맺은 4개 코인거래소 외에는 코인과 원화 간에 계좌 거래를 금지하는 규제 중심 법안이었다.
당국의 이 같은 네거티브 접근방식은 당시 수십 개 코인거래소와 국내 K-코인 개발업체, 종사자 등 생태계를 급속히 괴멸시키기 시작했다. 은행과 실명계정 거래를 확보한 1~2개 코인거래소만 특금법 발효로 경쟁사들이 도산하는 바람에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등 극도의 불균형 양상이 나타났다. 블록체인 종사자들은 삼삼오오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로 터전을 옮기기 시작했다.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의 악용, 실명 확인의 어려움 등 당국이 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재직 당시 NH농협은행은 고객 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정과 해외에서 들어오는 코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되는지 규명하는 트래블룰(코인 송-수신인 확인) 의무 이행 등 정부의 특금법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준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모든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기록되어 불법 자금세탁의 온상이라는 비난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가 투명성을 골간으로 하고 있지 않는가!
6월3일 대선이 끝나면 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코인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방향 선회를 하여 큰 성과를 보였듯이 이제는 한국의 차례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골든타임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디지털자산 부흥을 위해 준비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급한 것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스테이블 코인 '테더'가 공공연하게 한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이 나돈다.
이런 시급하고 위중한 시기에 한국의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이 속수무책으로 이를 방치하면 한국의 <디지털자산 주권>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거대 미국계 스테이블 코인에 고사되고 말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원화 기반 한국형 K-스테이블 코인 개발과 활성화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봐야 한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 역시 기존 증권의 장점과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 효율성을 결합하여 투자시장에 새로운 기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토큰증권 시장을 2030년에는 3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규제와 디지털자산 시장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같이 추구해야 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정치권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돈세탁 창구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 업계와 금융권, 정치인, 정부 당국 등 민-관-정이 합심해서 K-스테이블 코인의 부흥과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코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중지를 모으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25년이 되어야 하겠다.
하준 전NH농협은행 이사회 의장,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