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업무보고로 회의 시간 단축
타 카드사 의존 벗어나 독자망 구축
비대면 채널 등 고객관리 체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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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와 삼성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를 거친데다, 대표이사 내정 전에도 우리카드 컨설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진 사장 눈에는 보수적인 조직 체계가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보였다. 진 사장이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부서제'를 '팀제'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결정한 배경이다. 조직개편 결과 기존 6단계를 거쳐야 했던 의사결정체계가 3단계로 대폭 간소화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문화 혁신에 시동을 건 진 사장은 우리카드를 '독자카드사'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우리카드는 전업카드사 중에서 유일하게 독자 결제망이 아닌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해 왔지만, 지난 2023년 우리카드의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고 독자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독자카드사로의 전환이 본격화한 것이다. 이는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우리카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2월부터 '팀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39부서 87개팀으로 운영됐던 조직이 65개팀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사장-부사장-그룹장-본부장-부장-팀장' 순이었던 의사결정체계도 '사장-본부장-팀장'으로 축소됐다.
이는 의사결정체계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진 사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시대의 도래로 카드업계는 경쟁자가 빅테크 IT 회사까지 확장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진 사장은 "관성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이 아니라 만족도가 높은 진짜 '일'이 중심이 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업무 처리 속도, 집중도 개선에 힘썼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보고 및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하고 실제 업무에서도 이메일 보고를 활용하는 등 속도감 있는 업무 진행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실무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진 사장과의 회의에도 팀장 뿐만 아니라 실무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실무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진 사장의 업무지시가 가감없이 전달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진 사장은 빠른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실무자가 직접 참석하는 만큼 회의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오기도 했다. 올 초 상반기 경영전략워크숍에서는 임직원들의 실시간 질문에 진 사장이 답하는 '오픈챗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 사장은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자리를 갖고 소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같은 조직문화 변화에 힘입어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32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290억원) 대비 13% 늘어난 순이익을 기록하며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진 사장은 올해 '독자카드사'로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여러 산업군에서 다양한 지불결제수단이 나타나는 등 카드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핵심역량을 위주로 기초를 단단히 하고 경쟁력을 배양하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카드는 그동안 독자결제망이 아닌 BC카드의 결제망을 이용해 왔지만, 지난 2023년 독자 결제망을 구축하며 독자카드사로 전환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고객 관리 체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고객의 인입부터 이탈까지 전 사이클에 대해 살펴보면서 세밀한 관리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해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진 사장은 비용 효율성의 점검·개선을 통해 선도사 수준의 수익·비용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카드업계의 공통적인 우려요인인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세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사장은 "독자카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독자카드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질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