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MMORPG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이온'의 날개를 다시 펼친다. 대표 IP의 정통성을 계승한 후속작 '아이온2'를 통해 기술과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비상에 나서면서다.
2008년 11월 출시된 원작 ‘아이온’은 출시 직후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국내 게임 시장에 전례 없는 족적을 남겼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친 유일한 국산 MMORPG로 평가받으며, 2008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유럽 게임스컴에서 '최고의 온라인 게임상', 북미 PAX에서 '최고 MMO 게임상'을 받은 동시에 2011년 아시아 온라인게임 어워드에서는 대상 포함 3관왕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2009년 한 해 동안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의 43%를 책임졌으며, 출시 5년 만에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전례는 지금도 MMORPG 장르에서 회자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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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브랜드 웹사이트 캡처 |
정식 계승작으로 등장하는 '아이온2'는 원작의 정체성을 현대 기술과 설계 방식으로 재구성한 대형 프로젝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3일 '아이온2'의 신규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웹페이지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신규 BI에서는 원작 ‘아이온’의 상징이었던 날개 형상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브랜드 웹페이지를 통해 세계관과 종족 구도, 콘텐츠 콘셉트 등 핵심 정보도 처음 공개됐다.
오는 29일에는 개발자 생방송을 통해 '아이온2'의 인게임 플레이 영상과 클래스 시스템, 던전 콘텐츠 등이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방송은 이용자 대상 실시간 소통 창구 역할도 수행하며, 이후 내외부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거쳐 출시 전까지 주기적인 정보 공개와 피드백 반영이 이어질 계획이다.
'아이온2'는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제작된 MMORPG다. 방대한 PvE(플레이어 대 환경) 콘텐츠와 보스 레이드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천족과 마족이라는 전통적인 종족 대립 구도, 자유로운 비행과 활강 전투 시스템 등 원작의 정체성은 그대로 계승됐다.
필드 전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던전처럼 설계되어 몰입감과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하며, 수중 전장과 입체형 전투 구도 등 공간 활용의 범위도 한층 확장됐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아이온2'는 단순한 리마스터가 아닌 독자적인 신규 프로젝트다. 원작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콘텐츠 구조와 시스템을 최신 기술력으로 재현하며, PvE 중심의 대규모 콘텐츠 설계, 미니게임·레벨 확장 등 다양한 플레이 방식이 적용됐다.
전투 구조는 단순히 지상과 공중을 오가는 수준을 넘어, 수직·수평 모두를 넘나드는 다층적 필드 설계로 진화했다. 고정된 직업 체계에서 벗어나 콘텐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환 가능한 클래스 시스템이 도입됐고 경쟁 중심의 성장 모델이 아닌 협동과 탐험을 통해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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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신규 BI. /엔씨소프트 |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의 이러한 구조가 기존 국산 MMORPG 이용자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글로벌 게이머층까지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이온2'는 리니지라이크 장르와는 명백히 다르며, 과도한 과금 유도 없이 다양한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사업 전략 역시 글로벌 중심으로 구성됐다. 오는 11월 한국과 대만에서 선출시한 뒤 북미와 유럽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 국가별 버전 없이 동일한 콘텐츠로 서비스되는 글로벌 원빌드 구조가 적용됐으며, 출시 초기부터 전 세계 이용자들이 동일한 게임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가 진행 중이다.
마케팅 전략도 기존 대형 브랜드 캠페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디스코드, 트위치, 스트리머 등 커뮤니티 중심의 타깃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전체 마케팅 예산은 매출 대비 5~6% 수준으로 조정되며, 핵심 커뮤니티를 통한 바이럴 효과와 콘텐츠 확산을 동시에 노린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단일 타이틀로만 연간 최소 2조 원, 최대 2조5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리니지2M'과 '리니지W'가 한국과 대만 시장에서 기록한 1년 매출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산정한 수치다. '아이온2' 개발 인력은 330명 규모이며, 전체 신규 IP 매출 목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핵심 프로젝트로 분류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아이온'은 한국 MMORPG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7년 만에 돌아온 '아이온2'는 정통 계승을 넘어, 기술·콘텐츠·사업 모델 전반에 걸쳐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다음 황금기가 '아이온2'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