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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늘어만 가는 외국인의 ‘K-부동산 사냥’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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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5. 14. 13:10

주춤하던 외국인의 서울 주택 매입 최근 다시 늘어
'큰 손' 중국인 매입 속도 빨라져
거세지는 내국인 역차별 논란…"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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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취득)이 다시 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춤하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쇼핑(취득)이 다시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입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인의 아파트 매수세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10채 중 6채 정도는 중국인이 사들였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부동산 매입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의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곤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규모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과 보유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것이다.

외국인의 무분별한 국내 부동산 거래가 국민의 주거 안정 훼손은 물론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 다시 불붙은 외국인 '서울 부동산 쇼핑'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매매에 의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집합상가 등 집합건물을 사들인 외국인 수는 148명으로, 전월(134명)보다 10.4% 늘었다. 지난 1월(110명)과 비교하면 34.5% 급증했다.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매입한 외국인은 지난해 11월(150명)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에는 110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 2월과 3월 130명대로 늘어나더니 지난달엔 140명대로 더 늘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대출 규제 강화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택시장 침체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세가 주줌했으나,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들썩이자 외국인들의 '입질'이 강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1961년 '외국인토지법'을 통해 외국인의 토지 취득을 강하게 규제했다. 하지만 1998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부동산 취득에 있어 신분 변경 신고, 보존지역 거래 사전 허가 등 외에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제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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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 시장에선 중국인이 '큰 손'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은 총 1만7478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이 1만1346명으로 64.9%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한 달간 외국인 매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국적은 중국이었다. 총 81명으로 전체의 약 55%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68명) 대비 19.1% 증가한 수치다. 매입 지역은 금천(22명)·구로(17명)·영등포구(6명)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밀집 역으로, 향후 임대업을 염두에 둔 투자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쓸어담는 '큰 손' 중국인…"관광 바지 면제로 매입 더 늘 듯"

중국인의 이른바 'K-부동산 사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방한 외국인은 총 161만4596명으로, 2019년 동월 대비 105.1%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을 소폭 웃돈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국가는 중국으로 41만7000명이 방한했다.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 '큰 손'으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됐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포함)을 매입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총 1만74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의 1만5061명보다 11.9% 증가한 수치다.

전체 부동산 매수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로 2019년(1.6%)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1만1346명으로 전체의 64.9%를 차지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9만1453채로 1년 전보다 7941채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보유한 주택은 5만328채(55%)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이 아파트(4만8332채)였고, 단독주택은 1996채였다. 이어 미국인(22.9%·2만947채), 캐나다인(6.7%·6089채) 순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비중이 높아지면서 집주인이 외국인인 임대차 계약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외국인 집주인이 세를 놓는 주택 임대차 계약은 7966건으로 전년(4627건) 대비 72% 증가했다.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 보증 사고와 피해액도 2021년 3건(5억원)에서 2023년 23건(53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 들어서도 8월까지 23건(61억4000만원)이 발생했다.

◇집값 오르자 'K-부동산 사냥' 꿈틀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지역 집값 상승세에 탄력이 붙자 향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아파트 등 주택을 매입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집값 상승기 전후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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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주요 지역 집값 상승세에 탄력이 붙자 향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아파트 등 주택을 매입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던 지난 2019년 외국인 부동산 거래 건수는 1만2949건이었다. 집값이 오르기 직전인 2018년엔 1만3724건으로 2017년(1만1364건) 대비 20.8% 늘었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던 2020년의 경우 1만4402건으로 2019년(1만2949건) 대비 11.2% 증가했다. 이후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도 같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수도권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대거 해제된 것도 외국인 부동산 매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문화재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처럼 신고만으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달하는 전국의 339㎢(1억300만평)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매수할 수 있는 지역도 더 넓어지게 됐다.해제 지역 대부분이 주거지역으로 개발될 것으로 가능성이 높아 인근 지역을 선점해 놓을 경우 추후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출도, 세금도 '내국인 역차별' 논란

외국인 집주인이 늘어난 이유로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자국의 은행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부동산(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외국인이 자국에서 대출받는 것까지 우리 정부가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내국인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증여·상속·사업소득 등 모든 항목에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만, 외국인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대출 자금인지, 상속 자금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세금 측면에서도 외국인은 유리하다. 현행법상 국내 부동산을 취득·보유·양도할 때 내국인과 외국인은 동등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개인 정보와 부동산 보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탓에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을 중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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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집회 모습. /연합뉴스
◇도 넘은 외국인의 불법 부동산 거래…시장 교란 우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보유가 늘어나면서 시장 교란 우려도 제기된다. 고가 주택 매수 등 부동산 보유 증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국민의 주거 안정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가 적잖게 발견되고 있다. 해외자금 불법 반입은 기본이고 '업·다운 계약서' 작성 등 거래가격 거짓 신고, 편법 증여, 명의신탁 및 불법 전매, 대출용도 외 유용, 분양권 전매 제한 위반 등 위법 의심 행위는 전문 투기꾼 못지않게 다양하게 이루지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의 불법 부동산 거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전세사기'로/전세 사기 문제로 전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집주인'에 대한 세입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로 본국 등 해외로 도피할 경우 소재 파악이 어려워 보증금을 통째로 떼일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이라 대위변제금 회수를 위한 채권 추심이 쉽지 않고 수사기관 등의 수사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외국인 집주인 전세 보증사고는 52건(피해액 61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을 막기 위해 해외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살 때 사전 정부로부터 사전 구매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취득세를 집값의 60%까지 물리고 있다. 캐나다 일부 주에선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하고 거주하지 않을 경우 취득가액의 20%를 '투기세'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비영주권자가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 가격의 30%를 취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호주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승인받더라도 신축 주택 외 기존 주택의 구매는 금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 취득한 주거용 부동산이 연간 6개월 이상 비어 있으면 공실 요금도 부과한다.

뉴질랜드에선 호주 및 싱가포르 국적자가 아닌 외국인은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할 수 없다. 또 호주처럼 주택 구매 범위를 신축 주택으로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외국인의 주택 소유 금지 조치 소멸 시한을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연장했다. 중국은 한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 필요"

국내에서도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거래 규제'를 국정 과제로 채택했다. 국회도 2023년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설정하고 허가 대상자에 외국인을 포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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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의 무분별한 국내 부동산 취득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모습./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국내에 주소나 거주지가 없는 외국인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위탁관리인을 두고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규제라기보다는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맞춘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외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됨에 따라 발생하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차별 논란, 즉 형평성 문제는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국민에게 엄격히 적용하는 부동산 규제를 외국인에겐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취득세 및 양도세를 중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다. 이와 함께 차기 정부는 외국인의 거주지와 국내 거주 여부, 가족관계 등 확인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국가 간 상호주의 관점에서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는다. 상호주의란 상대국의 시장 개방 정도에 맞춰 시장 개방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등 부동산 취득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여러 채 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차별이고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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