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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인가 호재인가…한화에어로 유증 두고 증권가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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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3. 31. 18:48

대규모 유증 발표 이후, 주가 17% 급락
“증자금액 바탕으로 투자 적기에 시행”
“현금흐름만으로도 감당 가능…유증 결정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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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이하 유증)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상향하던 주가도 제동이 걸렸다.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통해 퀀텀 점프(비약적 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지만,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약세를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사의 이번 유증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유럽 군비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기에 투자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영업활동으로 현금 확보가 충분한데도 유증을 결정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주주소통 미흡, 유증 당위성을 문제 삼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유증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 상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한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총 17.1% 떨어졌다. 트럼프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131.5% 급등했지만,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결국 회사의 유증 발표로 인해 종횡무진하던 주가가 멈춰선 것인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 악화로 연결된 영향이다. 실제 유증 발표 이후 이날까지 개인들은 회사 주식을 65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한 한 주주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대주주가 자기 돈인 것처럼 주주들한테 선심 쓰듯 쥐꼬리 배당하고, 투자 자금이 부족하면 주주들과 별 다른 협의도 없이 증자를 결정한다"며 "상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하소연했다.

증권가에서는 회사의 유증 결정을 두고 상반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증이 무조건 악재로 귀결되진 않는 만큼, 오히려 회사의 주가를 치켜세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채무상환 등 단기적인 재무 문제 해결이 아닌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한 사업 확장 등이 목적이 됐을 때는 호재로도 인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을 2028년까지 해외 방산(1조6000억원), 국내 방산(9000억원), 해외 조선(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3000억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선점을 위해 자본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임은 분명하다"며 "이번 증자금액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호평해왔던 투자들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을 것이고, 장기투자자 입장에선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증은 성장이 예상되는 동유럽·중동·미국 방산시장에 적기 투자해 장기 성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62만7000원)보다 38.8% 높은 87만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유증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장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충분히 조단위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음에도,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깎으면서까지 대규모 유증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반론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4년에 걸쳐 투자가 집행된다고 했을 때, 연간 필요자금은 최대 1~2조원 수준이고 회사는 지상방산·항공우주 부문에서만 연간 2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규모임에도 대규모 유증을 선택한 건 주주들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지난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측은 "유증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정정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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