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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만 공매도 재개…2차전지株 조 단위 대차잔고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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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5. 03. 31. 17:26

대차잔고 비율 1위 포스코퓨처엠, LG엔솔 등 5~7%만큼 하락
"공매도 재개 인한 변동성 주의하며 보수적 대응해야"
2차전지 배터리
/챗GPT
17개월 만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31일, 조 단위 대차잔고가 쌓이며 '공매도 1순위 타깃' 우려를 샀던 2차전지주가 결국 직격탄을 맞았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대차잔고가 이례적으로 급증하며 시장의 경고음이 커졌던 싱황이었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관련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대차잔고 금액은 올해 초부터 2월 말까지 10.99% 증가했으나 공매도 재개를 앞둔 2월 말 이후 한 달간은 27.04% 급증했다. 대차거래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을 의미하는 만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대기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6일 기준 공매도 순보유잔고 상위 50개사 중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고 에코프로비엠은 약 2조1000억원, 에코프로는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대차잔고가 공매도 '실탄'으로 쌓여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공매도 재개 첫날부터 현실이 됐다. 관련 종목들에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일제히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거래일 대비 6.32% 하락한 33만3500원, 삼성SDI는 5.27%, 포스코퓨처엠은 7.00%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전거래일 대비 12.59%, 7.05% 떨어졌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역시 이날 6.26% 하락해 코스피 지수 하락률(-2.91%)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처럼 2차전지주가 유독 공매도 타깃이 된 배경에는 이미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취약한 펀더멘털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신기술 도입 후 대중화 전 수요 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전방 산업 부진이 심화됐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회복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국의 유럽 내 배터리 출하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고 했고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 리포트 관련 코멘트에서 "올해 GM 전기차 누적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 또는 이익 급감 전망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관련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중립(Hold)' 또는 '보유' 등급을 부여하며 보수적인 시각을 강화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별 기업 리스크와 외부 변수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를 부과 대상이 일부 국가가 아닌 모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외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또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가 2조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 역시 단기 주가 급락과 주주가치 희석 논란을 불렀다. 지난해 주가 급등 이후 조정 국면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지적도 공매도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높은 대차잔고와 취약한 펀더멘털을 근거로 2차전지주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앞서 2차전지주에 대해 "펀더멘털과 주가의 방향이 일치(하락)하기 때문에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입장에서 눈에 들어올 수 있다"며 실적 부진이 공매도 타겟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기 물량'이 재개 첫날 현실화되며 낙폭을 키운 것이다.

단기적인 수급 이슈를 넘어 업황 개선과 실적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반전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높은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분간 2차전지 투자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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