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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칼럼] 국가비상사태와 반국가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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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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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야당과 여당의 일부는 내란죄 혐의로 탄핵소추를 2차례 시도하여 의결함으로써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이 시작되었다. 헌법은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결정될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청구된 후 국가는 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 대한 위법한 체포·구속 및 구금 후 구속취소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위헌·위법의 의혹 속에서 진행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심도 있게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가비상사태를 언급하였고 반국가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즉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시점에 대한민국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받는 국가비상사태의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인지 이에 준하는 상황인지 먼저 논의가 있어야 했다.

헌법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하여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전시는 전쟁이 벌어진 것을 말하고, 사변은 사람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큰 사건 또는 전쟁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경찰의 힘으로 막을 수 없어서 무력을 사용하게 되는 난리 등을 말한다. 그리고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에 천재, 사변, 폭등 등이 발생하여 경찰력으로는 공공의 안녕 및 질서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를 말한다.

국가비상사태에서 첫 번째는 전쟁으로 국가 간 또는 교전 단체 간에 무력을 사용하는 싸움을 말한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전쟁은 대규모의 무력 사용만이 아니라 규모에 상관없이 무력을 사용하는 테러 등도 포함하고 있다.

국가 간의 경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치면서 전쟁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의 시대가 열리면서 소위 하이브리드 전쟁이 전쟁에 포함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2007년 미국의 전략가인 프랭크 호프만이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조치를 적절히 섞어 활용하며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없다. 그렇지만 군사적 수단만을 사용한 재래식 전쟁에서 정보 조작·왜곡을 통한 여론전과 심리전, 정치·외교·경제적 압박을 통한 혼란과 분열 심화, 사이버 공격 등의 비군사적 수단을 포함하는 전 영역의 전쟁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간의 무한 경쟁 시대에 있다. 이런 무한 경쟁에서 어떤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정의할 것인지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전쟁을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무력 전쟁과 동일한 또는 유사한 전쟁으로 인식하고 어떤 수준에 도달해야만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전쟁이라고 볼 것인지도 기준을 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도 필요하다.

지난 비상계엄에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언급하였고, 우리가 지금 하이브리드 전쟁 중에 있음을 암시하였다. 그렇다면 국정을 분점하고 있는 국회는 지금 우리나라가 국가비상사태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을 해야 했었다. 그리고 대통령 국가비상사태 판단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이 순서였다. 그것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해야 할 의무이면서 책임인데 이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뿐만 아니라 국익을 침해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국가세력이란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하려는 단체 또는 집단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에는 반국가단체가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대법원은 북한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 통일 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이상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는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민노총 간부의 간첩사건 등은 여전히 대한민국 내부에 반국가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체제로 하는 법치(法治) 공화국이다. 국민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은 전체 국민의 이익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법제를 구축하고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간첩행위도 적국이 아니면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은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에 국가가 비상사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가의 존립과 국익을 지키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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