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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올림픽 메달 목에 건 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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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6. 22:21

수원FC 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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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올림픽 단시의 지동원./ 사진제공=이재형 축구수집가
아시아투데이 장원재 선임 기자 = 지동원(33)의 생애엔 동화적인 요소가 있다. 고향은 제주도 북제주군 추자면, 그러니까 추자도 섬 소년이다. 소년은 제주도에서 자라다 광양으로 갔고, 16살 때는 영국 레딩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만 2년을 머물다 돌아와 전남 드레곤즈에 입단했고, 만 20세가 되기 전에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EPL 선덜랜드에서 뛰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도르트문트, 다름슈타트98, 마인츠 05. 브라운슈바이크 등을 오가며 10년을 유럽에서 활약하다 2021년 귀국해 FC서울에 입단했다. 2024년부터는 수원FC에서 뛰고 있다. 한 평생 바다와 대륙을 떠도는 생애다. 팬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영국연합팀(사상 최초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연합팀)을 맞아 전반 29분 통쾌하게 꽂아 넣은 지동원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 한 방을 잊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영국 레딩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이 결정 난 직후여서, 홍명보 감독이 경기 전 미팅에서 '빼달라고 할 때까지 교체하지 않을테니 너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가진 것 다 보여주고 나와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대한민국은 승부차기로 영국을 이기고,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물리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다.

16일 울산과의 K리그 1 홈경기를 1-1로 비긴 직후 지동원을 만났다. 그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했다.

- 3무 2패, 무승인 상태로 휴식기를 맞이한다. 김은중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베테랑 선수 입장에서는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저희가 일단 못 이겨서 기분이 많이 다운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희 팀이 5연패를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섯 경기 결과를 되짚어보면, 그래도 많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 김은중 감독은 동계 훈련 때도 그랬고 지금도 한결같다. 고참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감독님이 '야, 골 넣어!'라고 해서 득점이 나오면 모든 감독님이 그렇게 하실 텐데 축구에서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저희도 훈련할 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작년에도 저희 팀이 상위 스플릿 진출 후 후반 5경기에서 승점을 그렇게 많이 쌓지 못했다."

- 수원 FC가 수비적으로는 확실히 좀 단단해져 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선수들도 좀 경기하면서 안정감을 가지고 플레이 하나.

"일단 저희가 2월 22일 대구 원정전에서 실점을 좀 많이 하면서 1-3으로 졌다. 감독님이 그 경기 이후 특히 수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셨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지적사항에 대해 인정하고 변화를 주려고 했다. 저희가 달라진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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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1 수원: 울산 경기는 1-1로 비겼다. 가운데 청색/적색 경기복이 지동원./ 사진=프로축구연맹
- 대구 전 이후 3경기 2실점이다.

"수비가 잘 돼야 팀 성적도 올라간다. 그렇게 생각하고, 전 선수단이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 오늘 지동원 선수 마크맨이 김영권 선수였다. 경기장에서 어떤 얘기를 했나. 혹시 살살 해달라고 농반진반 이야기를 건냈나.

"아니다. 서로 그런 얘기는 안 했다. 경기 이야기는 안 한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또 반가우니까 경기 전에 인사 나누고, 경기장에서는 피차 간에 최선을 다해서 뛴다. 우리는 '프로'니까."

- 따로 끝나고 얘기한 건 없나.

"그냥 수고했다, 라고 얘기했다. 비겨서 아쉽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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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지동원의 수원FC입단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수원FC 프로축구단
- 지금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다는 얘기를 했는데, 선덜랜드 시절 짧은 동안이지만 전북 FC의 거스 포엣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거스 포옛 감독은 '지동원과 피치에서 만나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라고 했다. 거스 포엣 감독한테 한마디 전한다면.

"조만간 뵙겠습니다."

- 특별한 감정은 없나.

"13년 만에 다시 만나는 거니까 신기하고 반갑고 감동, 감회는 있겠지만 상대팀 감독님이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누구든 경기장에서 만나면 일단 이겨야 하는 것이 프로 축구선수의 직업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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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2011~12)시절의 지동원./ 사진=이재형 축구수집가

- FC 서울에서 3시즌 동안 26경기 출전, 2득점이 전부다. 거의 출전을 못 했던 이유는.

"부상도 있었고 감독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경쟁에서 졌던 그런 부분도 있었다."

- 2012년 런던 올림픽 세대들이 각자 자기 갈 길을 좀 찾아가고 있다. 이청용 선수나 지동원 선수는 계속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 은퇴 이후 제2의 축구 인생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드나.

"일단 한국 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희는 국가대표로 뛰면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축구를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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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8강전 영국 연합과의 경기에서 29분 선제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지동원(9번). 6번이 주장 기성용, 3번이 윤석영이다. / 사진제공=이재형 축구수집가
- 선덜랜드 시절 기가 막힌 골을 넣고 관중석으로 달려갔는데 한 흥분한 남성팬이 키스를 퍼부었다.

"골은 너무나 기억에 남는데 그 일은 생각 안 하려고 한다. 하하."

- 추자도는 어떤 곳인가.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다. 아직도 많은 낚시꾼이 많이 간다고 들었다. 올레길도 많이 가신다고 한다. 방문하시면 절대 후회 안 하실 거다."

- 제주도 홍보 대사 제안 받은 건 없나.

"아직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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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지동원 선수(왼쪽)과 장원재 선임기자./ 사진=장원재 기자
장원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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