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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온 사람들을 추방하는 것은 수많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들 가족 전체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추방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위기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강압적인 정책으로 시작된 일은 나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예고 없이 발표된 이번 서한에서 교황은 또 가톨릭 신자들에게 법이나 규정을 넘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예수가 이집트로 이주했던 난민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가톨릭 신자 모두가 이민자와 난민 형제자매를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하는 주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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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서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일부 주교들과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종교과학 연구소 '요한 23세 재단'의 알베르토 멜로니 소장은 "교황은 교회가 '교황의 교회'와 '트럼프의 교회'로 분열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2016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라노바 대학의 파조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바티칸은 그를 역사적 실수라고 여겼고, 시간이 지나면 바로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새로운 시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인 톰 호먼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교황에게 해줄 가혹한 말이 있다"며 "교황은 가톨릭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교황이 교회에 충실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경 단속은 우리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