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월북 美 병사 추방한 北 배경은…‘선전용 부적합 판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927010016835

글자크기

닫기

박영훈 기자

승인 : 2023. 09. 27. 20:42

美서 도망자 신분…선전용 부적합 판단
정치적 활용 가치 낮다는 판단 가능성도
2023072301002276100125761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북한 입장에서 처벌을 앞둔 미군에 도망자 신분으로 월북을 한 상황이라 선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킹 이병을 조사하는 기관에서 모든 조사가 끝나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북한은 언제 그를 추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이 빠져나온 전례를 봤을때 베이징 항공편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북한 관광 도중 억류됐던 미국인 메릴 뉴먼 씨도 북한이 추방결정을 내린 당일 평양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무단 입북 혐의로 2009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던 로버트 박도 이듬해 2월 북한이 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역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킹은 이들과 달리 군인이기 때문에 판문점을 통해 주한미군 측에 인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그의 추방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 입장에서 처벌을 앞둔 미군에 도망자 신분으로 월북을 한 상황이라 선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킹 이병을 빼오는 과정에서 북미간 합의가 있을 수 있지만, 자세한 내막을 공개할 가능성은 적다"며 "현재 북미관계를 감안할때 상응할만한 딜은 없었을 것으로 관측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추방 공개시각이 워싱턴 시간 오전 6시대라는 점에서 대미메세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이 월북한 미군병사 한 명을 관리하려면 통역과 감시원 등 많은 인력과 특별 배급이 필요하다"며 "월북한 미군병사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추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올해 2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이후 미군의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7월 17일 미국 텍사스주로 송환될 예정이었으나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사라졌으며 다음날 JSA 견학 도중 월북했다.

이를 두고 북한은 킹 이병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달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통신은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추방 발표는 킹 이병이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지 71일 만이다.

박영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