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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겠다”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끝내 통일대교 문턱 못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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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8. 20. 15:21

통일대교 도착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YONHAP NO-2889>
2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북한 송환을 요구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운데)가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곳에 묻히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

북한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꾸준히 송환 의사를 밝혀 온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95)가 한 말이다. 안씨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발언하는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YONHAP NO-2411>
2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에서 열린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 송환 결의대회에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이날 오전 파주시 소재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연 뒤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다. 집회에서 안씨는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면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안씨는 최근 건강 악화로 자주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씨는 사전 허가 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경고를 받고 끝내 통일대교를 통과하지 못했다. 통일대교부터는 민간인통제선으로 통과하려면 군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특히 판문점 등 DMZ 출입에는 정전협정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인공기 펼쳐 든 비전향장기수 안학섭<YONHAP NO-2936>
2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북한 송환을 요구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운데)가 인공기를 펼쳐 들고 있다. /연합
진입에 실패한 안씨는 인공기를 들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해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안씨는 6·25전쟁 중이던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간첩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지만 당시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은 2000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씨를 포함한 비전향장기수 6명으로부터 북송 요청을 받은 통일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씨의 송환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목사는 "안 선생이 출소 후 오고 갈 데가 없어 민통선 인근에서 거주하며 약 10년 동안 미군 철수 운동을 해왔다"면서 "포로는 언제든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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