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이자 회고록 '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 펴내
서울숲 등 공원개발 등 비화와 우여곡절 풀어내
|
서울의 공원을 어떻게 기획하고 마무리했는지 생생하게 기록한 현장 보고서이자 회고록인 이책에는 시민이 직접 시장을 뽑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서울의 공원에 대한 모든 것' 이 담겨 있다.
1980년 제16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시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줄곧 공원 녹지, 조경 분야에서만 일해 온 최 씨는 "그간 직접 경험한 것들을 묻어버리기 아깝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며 배경을 밝혔다. 담당 계장, 과장, 국장을 거친 그의 삶의 궤적은 예비 공무원이나 도시계획가, 공공디자인 종사자 뿐아니라 서울에 대한 애정을 가진 시민이라면 읽어 볼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서울숲, 월드컵공원, 경의선숲길, 선유도공원 등 지금 우리가 당연한 듯 즐기는 공원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숱한 시행착오는 물론 정책적 고민, 조직의 내부 갈등, 예산과 행정의 한계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는 △1996년 민선 첫 시장 조순의 '공원 녹지확충 5개년계획'과 여의도공원 △고건 시장의 월드컵공원과 선유도공원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과 서울숲 △오세훈 시장의 북서울꿈의숲과 서서울호수공원 △박원순 시장의 경의선·경춘선 숲길 등의 조성에 깊숙히 개입해왔다.
|
현직 국회의원 구속 비화는 리얼하다. "무턱대고 강남 대모산 일대의 땅에 골프연습장을 개발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했다.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큰 소리를 지르면서 내 땅을 공원으로 묶어놓고 내가 골프연습장을 하겠다는데 웬 말이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과장과 주임이 나서서 말려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보좌관에게 담당 주임을 '창밖으로 들어서 던져버리라'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국회의원을 이런 식으로 대접한다고 씩씩거리면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5년 후인 1997년, 자신이 소유한 주유소의 위법사항을 눈감아주지 않는다고 담당 공무원을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되었다.(78쪽)
서울 공원 개발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그는 정작 서해 백령도에서 태어나 10살 때 처음 육지를 밟아봤다고 한다. 일복이 많아 2017년 정년 퇴임으로 정년퇴임 후에도 힐링도시국장으로 일하며 불암산 힐링타운, 백운계곡 조성 등 지역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공원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민 중심의 녹지 정책을 강조하며 도시 속에서 자연과 문화의 융합을 추구했다.
그의 디테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게 그의 별명이기도 한 '기와진회색'이다. 이 색을 그는 "비가 온 후 나무의 수간(樹幹)의 색깔이 숲을 지키는 색"이라고 표현했다. 비 온 뒤 물기를 머금은 나무껍질을 닮은 이 색깔은 무광의 기와색으로, 자연과 충돌하지 않고 공간에스며들어 숲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숲을 감싸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감추며 자연을 드러내는 배려의 색이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