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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꺼냈다”…치열했던 한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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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7. 31. 14:53

농축산물 시장 민감성 적극 어필
車 관세 1%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
3500달러 아직 모호…운용과정서 구체화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YONHAP NO-2390>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연합뉴스
"어느 시점에선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들고 다녔습니다. 광화문을 가득 인파를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상무장관에게 직접 보여주며 한국 농축산물 시장 민감성을 적극 어필했습니다."

31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백브리핑을 진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한미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밝히며 추가적인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 본부장은 방어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측은 협상 초기부터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했지만, 한국 협상단은 이미 FTA상 한미 농산물 시장이 많이 개방돼 있고 개인당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3위라는 점을 지속 강조했다"면서 "최근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점도 미국 측이 참고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통상협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합의는 세 가지다.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 그리고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관세는 우리측이 12.5%를 지속 주장했지만, 미국의 정치적 사정을 고려해 결국 15%로 합의했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앞서 자동차 관세 15%를 합의한 후 미국 자동차 업계, 특히 디트로이트 빅3라 불리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다"면서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관세가 더 높아질 우려가 있어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5%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쿼터나 수출크래딧 보단 직관적인 관세를 도입하는게 기업의 사업계획 수립과 행정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기회가 포착된다면 1%라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3500억달러 규모 펀드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 안갯속이다. 조선업 중심의 1500억 달러 펀드 외에도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등 전략 산업을 위한 2000억 달러 펀드가 별도로 구성된다. 여 본부장은 "아직은 모호한 부분이 많아 운용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 과정에서 재계 리더들이 인맥을 총동원해 민-관 총력 체제가 형성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최종 협상 타결에 앞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방미해 전방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협의에서 먼저 한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다음주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먼저 제시할 만큼 우리 대표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외교안보채널을 통해서도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2주 안에 백악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다만 여 본부장은 경계심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관세로 자국 산업을 지키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오는 방식이 주류가 됐다"며 "이번엔 소나기를 피한 것 뿐, WTO 체제 하에 안정적인 통상 환경이 유지되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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