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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를 마친 소회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3'는 성기훈(이정재), 프론트맨(이병헌), 명기(임시완) 등 주요 인물들이 게임 속에서 각자의 선택과 희생을 거쳐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았다.
'오징어 게임'은 2009년 초고를 시작으로 2019년 다시 작업에 돌입했다. 시즌1은 약 13개월간 집필됐고, 시즌2와 3는 하나의 이야기로 함께 쓰인 뒤 약 7개월에 걸쳐 촬영과 수정을 반복하며 완성됐다. 황 감독은 "시즌1은 완성된 대본으로 촬영을 진행했지만 시즌2·3는 촬영하면서도 대본을 계속 고쳐나가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도 했고, 그만큼 매 순간 고민이 많았던 작업이었습니다."
시즌2에서 기대를 모았던 캐릭터들이 시즌3 초반에 빠르게 퇴장한 점에 대해 그는 "원래 하나의 이야기였던 만큼 중반부 탈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시즌이 나뉘어 공개되면서 초반 탈락처럼 느껴졌겠지만, 쓰는 입장에선 한 호흡으로 진행된 이야기였습니다."
시즌2와 시즌3를 동시에 공개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한 호흡으로 이어졌다면 캐릭터들의 서사가 더 단단하게 전달됐을 겁니다. 6개월의 단절로 감정의 흐름이 끊긴 건 저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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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가장 먼저 고통받는 건 가장 약한 사람들이죠. 오늘은 그들이지만 내일은 우리일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성기훈이라는 인물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여러 메시지의 중심에 있다. 황 감독은 "기훈의 선택은 성장과 속도를 멈추고,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는 상징"이라며 "기훈의 여정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생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초기엔 기훈이 살아 돌아와 미국까지 가는 해피엔딩도 생각했었다"며 "경찰이 섬에 도착해 게임을 막고 형제와 재회하는 장면도 구상했지만, 점점 그런 결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잖아요.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멈춰야만 한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기훈의 희생이 그 대답이었죠."
인터뷰를 마치며 황 감독은 6년여를 함께한 성기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기훈아, 정말 고생 많았다. 너무 오랜 시간 구덩이에 가둬두고 고문했던 것 같아. 그래도 너의 희생이 누군가에겐 오래 남아 고민거리가 되길 바란다. 바보 같았지만, 너만이 갈 수 있었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