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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포대령’, 전쟁의 잔흔과 인간의 고독을 무대 위에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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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6. 30. 15:21

제1회 보훈연극제 공식 선정작
천승세 원작 단편을 바탕으로 창작집단 본이 그려낸 고통의 서사
망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되묻는 시대의 상처와 한 인간의 마지막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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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6·25 전쟁의 상흔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상처는 누군가의 삶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망상과 침묵, 혹은 외면 속에 살아남는다. 연극 '포대령'은 이처럼 전쟁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삶의 이야기, 인간 내면의 고통과 흔들림을 정면에서 다룬다. 제1회 보훈연극제의 공식 선정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소설가 천승세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오는 7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관객과 만난다.

'포대령'은 6·25 전쟁의 전설적 포병 장교 김달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역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못한 그는 망상 속에서 여전히 전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제대 후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철원이 우연히 김달봉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망상 속 전선에 동참하게 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에서 철원은 혼란을 겪고, 달봉은 자신이 설정한 마지막 전투를 향해 나아간다.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배경 위에 무너져가는 영웅의 자존과 인간의 고독, 그리고 신념의 궤적을 겹쳐놓으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무대에는 김달봉 역의 이상철을 비롯해 철원 역의 신우진, 영숙 역의 김소윤, 미자·숙애 역의 김민정, 수해·수열 역의 김보현, 하사·봉필 역의 김신호가 출연해 시대와 인물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들은 전쟁의 상처와 시대의 부조리를 각각의 캐릭터 안에 담아내며 극의 리얼리티와 감정의 밀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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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포대령 역 이상철, 철원 역 신우진, 미자·숙애 역 김민정 (아랫줄 왼쪽부터) 수해·수열 역 김보현, 하사·봉필 역 김신호, 영숙 역 김소윤. / 사진 창작집단 봄
예술감독 하병훈은 "낭독극 이후 첫 정식 연극 무대이며, 원작의 분위기와 연극의 특성을 조화롭게 살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히며, 작품의 기획 배경과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박대웅 역시 "천승세 작가의 대표작을 무대화하는 것이 큰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었다"며, "김달봉의 고통이 지금 시대에도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인물들을 그려온 작가의 시선을 연극적으로 정직하게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창작집단 본'은 2017년 창단한 배우 중심의 청년 예술가 단체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뿌리 본(本)'과 'Born(태어나다)'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연극이라는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해온 단체다. '포대령' 역시 이들이 추구해온 방향성과 맞닿아 있으며,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사회성과 문학성을 함께 짊어진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발표한 '연극 인간', '봄 눈', '해피 데이' 등에서도 이들은 무대가 지닌 고유한 감성과 언어를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작업을 이어왔다.

연극 '포대령'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있어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현재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김달봉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우리는 영웅의 허상과 그 너머의 외로움, 시대의 무게 속에서 지워졌던 인간의 존엄을 다시 보게 된다. 이는 단지 전쟁의 흔적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인간 조건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것이 이 연극이 지닌 조용하지만 분명한 힘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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