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일정 겹친다는 것이 핑계
인도와의 갈등과 印 친미 행보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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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주최측인 브라질에 시 주석이 일정상 이유로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면서 리창(李强) 총리가 대신 참석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여기까지 보면 상당히 진정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시적 시각으로 접근해보면 얘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아예 작심하고 시 주석의 불참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는 많다. 우선 정상회의의 호스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 초청하면서 시 주석은 제외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시 주석이나 중국 입장에서는 바로 불참을 결정할 만큼 모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중국은 인도와는 거의 철천지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 국빈 초청 대상조차 아닌 상태에서 시 주석이 그와 마주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국제정치 평론가 Y 모씨가 "양 정상이 같은 국빈 초청을 받았으면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 주석이 굴욕감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시 주석의 불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이로 보면 정곡을 찔렀다고 해도 좋다.
여기에 인도를 비롯해 브라질과 남아공이 최근 부쩍 친미 성향을 드러내는 것도 중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사실상 보이콧한 이유로 들 수 있다. BRICS를 등에 업고 막강한 반미 연대를 과시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됐으니 바로 미련을 버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탓에 화상으로만 회의에 참석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시 주석이 그나마 얘기가 잘 통할 수 있는 그까지 불참하는데 회의에 목을 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시 주석의 불참 결정은 현재 나머지 브릭스 회원국 정상들에게 모두 알려져 있다. 특히 모디 인도 총리는 아마도 시 주석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쾌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양국의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는 것은 누가 봐도 필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