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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한국기업의 동적역량(動的力量)과 기업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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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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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 한국경영인학회 회장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y)'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경영학에 등장한 이래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해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다. 이를 간단히 말한다면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핵심역량을 빠르게 창출하는 역량", 또는 "기존 역량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휴대폰 보급 초기에는 휴대폰의 음질이 좋지 않아 음질향상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따라서 1G에서 2G로 도약하며 음질을 향상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기업들에 필요한 핵심역량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선도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인력재배치 등을 통해 새 환경에 맞게 변신하였다.

그러나 곧 음질에 관한 역량은 평준화되었고, 그 이후엔 프라다폰 등이 유행하며 디자인능력이 핵심역량으로 떠올랐다. 그러곤 곧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스마트폰 관련기술이 업계의 핵심역량이 되었다. 당시 삼성은 신속한 조직개편과 인력재배치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였지만, 대처가 늦었던 LG는 고전을 하다 나중에 무선사업부를 해체하게 되었다. 요즘은 카메라 성능, 폴더블 기술 등으로 경쟁양상이 또 바뀌고 있다.

이렇게 기업들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경쟁적으로 그에 맞는 새 핵심역량을 창출해 왔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주위 환경에 맞게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변신능력'이 동적역량인 셈이다. 기술혁신이 빈번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핵심역량의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져 기존 핵심역량보단 '동적역량'(새로운 핵심역량을 계속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 일본기업 중 어느 쪽의 동적역량이 더 우세할까? 일본에 비해 좀 더 역동적인 한국기업들이 동적역량이 높을 것이다. 과거 삼성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지만, 소니 등 일본기업들이 아날로그에서 쉽게 전환하지 못해 삼성에 밀렸던 것이 대표적 예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소니도 심기일전,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통해 다시 부활에 성공했다.

한국과 중국기업을 비교하면 어떨까? 중국기업들의 최근 무서운 약진과 변신을 보면 한국기업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것 같아 보인다. 화웨이는 미국의 규제로 통신장비 부문 매출이 급감하자, 관련 부서 인력의 상당수를 클라우드, 자동차, AI, 반도체 개발 부문으로 빠르게 재배치하였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하며 변신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동적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까? 최근 정부에선 100조원을 조성해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같은 투자는 기업들의 기존 핵심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동적역량 확보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는 주4.5일제, 노란봉투법 제정 등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변신을 위한 동적역량에 도움이 안 된다.

동적역량 연구자들은 단순한 기술투자액뿐만 아니라 조직의 빠른 변신(Transformation)을 동적역량의 완성으로 보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환경에 따라 조직이 변신하려면 구조조정과 인력재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의 동적역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구조조정과 인력재배치에는 노동유연성과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을 따라가는 조직구성원들의 팔로십(Followship)과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에서 중국은 한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 한국은 노동유연성이 떨어지고, 공장라인 하나 더 증설하는 데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주52시간제하에서 워라밸 외치는 한국에 비해, 중국 근로자들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동안 일하는 소위 '966 근무'도 불사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변화로 기업환경은 점점 더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재고돼야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연세대 경영대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 박사. 박사 취득 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으로 근무. 현재 한양대 글로벌경쟁력센터장, 한국경영인학회 회장.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성장과 혁신전략. 다수의 논문과 "자유의 7가지 원칙"(2022), "자유주의 틀깨기"(2016), "디지털컨버전스 전략"(2005) 등의 공저 집필. 2016년 문화관광체육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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