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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르무즈 봉쇄 눈앞, 유가 100달러 시대 대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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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24. 00:00

/연합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는 등 중동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호르무즈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산유국 및 이란·이라크의 원유와 가스 수송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이곳을 통과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한다.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를 봉쇄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는 유가 폭등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이란과의 전쟁이 아닌 핵 프로그램과의 전쟁"이라며 이란과의 외교는 폭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미국과 좋은 관계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한편에선 핵시설을 초토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이란을 달래는 모양새다. 이란은 외무장관을 러시아에 보내 군사·외교 지원을 요청하고 중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하겠다고 벼른다. 전쟁 양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이 확산해 호르무즈가 봉쇄되면 현재 70달러 조금 넘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내 전 산업의 생산비용이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가 오를 전망이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가 부진해지면,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통한 내수활성화도 그 효과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에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대안'을 마련해 국회와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정부도 상황악화 가능성에 다각도로 대비하는 것은 다행이다. 종합상황실과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급과 수출입, 물류 전반에 걸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현재로서는 유가가 오르는 것 말고는 특이 사항이 없다고 하지만 언제든 상황이 돌변할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벌어지면, 세계는 말로만 듣던 유가 100달러 시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재 비축유 200일분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 악화로 수입이 막히면 비축유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급기야 경제는 물론 안보상의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비축유가 급감하면 차량운행 제한 조치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여러 긴급 처방으로 당면한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중동에 편중된 원유 등 에너지 수입선의 다변화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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