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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한국불교와 한국 야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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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6. 17. 11:09

둘 다 '수입품'이지만 한반도에 적응해 토착화
1000년 넘게 이어진 저력...오늘날도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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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쌍계사 차 시배지에서 차를 따는 개원채다 의식. 한국불교와 한국 차는 외국에서 전해졌지만 토착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제공=쌍계사
황의중 기자의눈
불교와 차(茶)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법회 때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물 가운데 향, 등, 과일, 쌀, 꽃과 함께 차가 들어간다. 큰스님을 기릴 때는 차를 이용해 다례재(茶禮齋)를 할 만큼 차는 불교 속에 있다. 한국도 불교문화가 오래된 만큼 차 문화도 1000년이 넘는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불교는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들어왔다. 고구려는 372년 소수림왕 시기, 백제는 384년 침류왕 때, 신라는 528년 법흥왕 재위 당시였다. 불교가 이 땅에 자리를 잡으면서 차도 뒤따라 한반도에 상륙했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한국 야생차는 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신라의 대렴공이 왕명으로 중국에서 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장죽전(長竹田)에 심은 것에서 기원한다.

한국불교와 한국 야생차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한반도 밖에서 온 '수입품'이지만 오랜 시간 한반도 역사와 함께하면서 토착화됐다는 것이다. 또 둘 다 추위가 심한 한반도와는 전혀 다른 더운 나라 문화권에서 발원했다. 불교의 원산지는 인도고, 차의 원산지는 중국 윈난성과 미얀마 경계 지역이다.

기후가 다르기에 불교와 차 역시 이 땅에 적응해야 했다. 초기 불교의 전통인 무소유와 밥 동냥을 하는 탁발은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날씨에 맞춰 변했다. 하루 밭에서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백장 선사(禪師)의 규칙이 탁발을 대신했다. 한국의 야생 차나무는 겨울 추위에 적응해 4m 이상 크게 자라지 않는 대신 뿌리는 직각으로 깊게 내린다. 원산지인 윈난성 일대에 차나무가 10m 이상 쭉쭉 크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처음 차가 심어진 시배지(始培地)는 한 곳이겠지만 신라·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불교의 융성과 함께 차나무도 퍼져나갔다. 현재 한국 야생차 산지를 둘러보면 지리산 일대와 장흥 보림사·장성 백양사·영광 불갑사·해남 대흥사 등 모두 천년고찰 인근이다.

야생차는 천년 넘게 한반도에 살아왔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토종 야생차는 생소하다. 한국 차 하면 대부분 보성 녹차밭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주도 녹차밭을 생각한다. 이는 불교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이후 억불숭유에다가 특산품인 차 공납 요구가 심해졌고 차밭이 있던 사찰의 승려들은 절을 버리고 떠났다. 이후 해방 때까지 한국불교와 한국 야생차는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불교와 야생차는 봄을 맞고 있다. 한국불교는 종교에 염증 난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 종교가 됐다. 그리고 야생차는 화엄사 구층암 발효차·백양사 약전차, 장흥 청태전 등으로 다시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 속 고난을 함께해서일까. 한국불교와 한국 야생차에는 저력이 있다. 후손으로서 우리가 그것을 알아볼 때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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