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역시 위기 의식 절감
중국 당정 지도부도 유혹 절감
하지만 기층민들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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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전쟁의 시나리오는 나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꽤 논리적이기도 하다. 중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우선 살펴보면 이 단정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3분의 1 정도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최강대국으로 군림한 바 있었다. 그러다 1840년부터 영국과 벌인 두 차례의 아편전쟁으로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동아시아의 병자로 졸지에 전락하는 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세기 들어서는 확실한 병자가 되기도 했다. 한번이라도 치욕적인 굴욕을 강요하지 않은 서방 국가가 없을 정도였다고 해도 좋았다. 동네북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산당의 등장으로 곧 굴욕을 씻고 대륙을 통일하는 쾌거를 일궜다. 하지만 대만과 홍콩, 마카오는 품에 안지 못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중국의 기본적인 국가관이나 민족관은 확실해졌다. 지난 세기 말부터 당정 최고 지도부가 중화민족의 완전한 통일을 통한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시도 때도 없이 부르짖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재는 지난 세기 말에 잇따라 홍콩과 마카오의 주권을 되찾으면서 어느 정도 굴기를 실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대만만 품에 안으면 굴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무력을 써서라도 통일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도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은 아예 한술 더 뜬다. 2027년을 전후해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시도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당사자인 대만 역시 비슷하다. 최근 미국의 첨단 무기들을 계속 구매하는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다. 게다가 향후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을 보면 중국의 속내를 잘 읽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의 당정 지도부를 비롯해 미국과 대만의 언행만 보면 대만해협의 평화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라고 해야 할 기층 중국인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대만 통일에 대한 갈망은 있으나 전쟁까지 해야 하겠냐는 것이 주류의 생각인 듯하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의 양안 교류를 봐도 절반의 통일은 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 중국인들에게 절체절명의 테제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해야 한다. 또 "중국인은 중국인을 때리지 않는다."라는 속담까지 상기하면 기층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대만 통일 방안은 전쟁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양안 전쟁이 한국에게는 아예 치명타가 될 수 있는만큼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