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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대통령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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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6.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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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장
품격(品格)이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의미한다.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일컫기도 한다. 사람에 국한한다면 인품이겠다. 품격과 인품, 품위 등 단어는 한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한다. 때로는 사물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쓰인다. 품격 있는 생활, 품격 있는 사람 등등….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대통령 파면 등 격변의 6개월을 보낸 지금 이재명 대통령 임기 시작을 계기 삼아 대통령의 품격을 생각해 본다. 대통령은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다. 행정부 수반으로 행정부의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 비서실을 비롯해 각부 장관 등 공직자, 집권 당 당직자 등 수많은 인사들을 거느린다. 최정점(崔頂點) 리더다.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미친다.

국민은 매일 순간순간 무의식적으로 대통령의 이름을 떠올린다. 자신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일수록 더 자주 소환하게 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 뉴스시간이나 일간지 1면에 매일 등장하는 게 대통령 이름이다. 회사원은 사장의 이름과 얼굴을, 공무원은 해당 부처 장관이나 차관, 국장의 이름과 얼굴을 수시로 떠올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임기가 5년이므로 5년 동안 매우 친숙해지는 이름과 얼굴이 바로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 수천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700조원에 육박하니 예산 지출만 줄잡아 3500조원이 된다. 여기에 공기업 등 정부의 관리와 관할을 받는 기관이나 영향권에 있는 단체 등 예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재에 따라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게 된다.

인사도 그렇다.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수많은 공직자들이 짐을 싼다. 정치권에는 이런 말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주요 자리의 수가 1000개 정도 된다는 것이다. 1000명 정도는 이름과 직함을 대통령이 기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매일 숨 가쁘게 국정을 수행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있는 인사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바뀌면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일시에 보따리를 싼다고 한다. 물론 그 공백은 '늘공'(늘상 공무원)이 떠맡는다.

대통령은 그 영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영향력은 당연히 세계 최고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성사에 적잖은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사법경찰 역할을 하고 있어 '초강대국 미국'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박히기 마련이다. 정책의 변화는 물론이고 세세한 세상살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불쑥 나와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비서실 참모와 숙의를 거쳐 다듬은 입장을 제시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SNS를 통해 수시로 많은 메시지를 방출할 경우 대통령 입장의 신속한 전파는 가능하겠지만 자칫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이 편안한 밤 시간을 보내는 동안, 때로 모두가 잠에 빠진 새벽녘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대외 관계를 들여다봐야 민심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윤여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선거 직전 대통령 후보는 당선 직후 곧바로 눈과 귀를 닫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 있는 언급을 했다. 대통령은 형편상 매일 길거리를 오가면서 민심을 청취할 수 없다. 수시로 국민을 만나 의견을 들을 수 없다.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비서실 등 참모들이 만들어가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만의 대통령 상(像)을 구현해 갈 뿐이다. 비서실장과 각 수석이 수집한 민심과 해외 동향을 전달받을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민심을 직접 청취하려고 애써야 한다. 과거 임금이 민심 파악을 위해 저잣거리를 잠행했던 것처럼 대통령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조선시대 때와는 180도 다르겠지만 관저나 대통령실에 늘 머물러 있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때로는 세종로 광장에서, 때로는 생산현장에서 국민의, 근로자의 낯빛을 보려고 애써야 민심의 흐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근거리의 참모 이외에 민심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 선서는 시작에 불과하다. 취임 선서는 대통령의 모든 것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치겠다고 나라 안팎에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새 대통령을 맞았다. 그가 국정을 책임질 대한민국은 5000만명이 모여 사는 나라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국방력은 10위 이내에 들어간다. IT는 물론 방위산업, 조선, 자동차 등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업종이 즐비한 경제 강국이다. 이런 나라를 만든 국민은 그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입과 표정을 바라본다. 대통령의 품격은 말에서 시작되며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그 말과 행동은 국민을 위하고 부국강병의 국가를 건설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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