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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국 인도-파키스탄 무력 충돌에 흔들리는 남아시아 레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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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5. 08. 11:31

'파할감 테러' 보복나선 인도, 파키스탄은 "보복할 것"
파키스탄 대응 향방 “무니르 총장 손에 달렸다”
전면전 가능성은 낮지만 통제된 충돌 이어질듯… 美 중재 부재 가운데 양국 위기관리 시험대
PAKISTAN INDIA CONFLICT <YONHAP NO-7185> (EPA)
지난 7일 인도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무자파라바드에 있는 빌랄 모스크를 미사일로 공습한 뒤 주민들이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EPA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지난 7일 인도가 파키스탄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9곳의 목표물을 미사일로 공격하며 두 '핵 무장국' 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7일 벌어진 공습으로 현재까지 어린이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이번 공습은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발생한 힌두교 관광객 대상 총기테러로 26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다. 인도는 이번 작전이 "대응권을 행사한, 신중하게 계획된 작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키스탄 군사 기지를 겨냥하지 않았고, 모든 공격은 인도 영공 내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인도의 이 같은 수사가 파키스탄에게 '확전'을 자제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파키스탄 국가 안보 위원회 이번 공격을 "명백한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파키스탄군은 주권을 지키기 위한 모든 대응조치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 경고했다.

◇카슈미르 둘러싼 끝나지 않는 악연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각각 독립한 이후 카슈미르 문제로 세 차례 전쟁과 수많은 충돌을 겪어왔다. 이 갈등의 근간에는 힌두교와 이슬람이란 두 종교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가 이번 공격 작전에 명명한 '신두르' 역시 결혼한 힌두 여성의 이마에 바르는 붉은 가루로 미망인을 기리는 힌두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현재 사실상의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기준으로 카슈미르를 나눠 통제하고 있다. 인도는 카슈미르 계곡·잠무·라다크를, 파키스탄은 아자드 카슈미르·길기트·발티스탄을 각각 통제하고 있다.

양국은 2003년 휴전협정을 체결했고 2021년 이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다시 한번 심각한 군사 충돌이 벌어지며 양국은 또 다시 적의를 불태우고 있다.

핵무장국의 무력 충돌에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모두 자제를 최대한 발휘해야 하며, 세계는 이 지역의 군사적 충돌을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중국 외교부도 인도의 공습에 유감을 표명하며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애석한 일"이라며 "(중재 등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할 것"이라 밝혔다.

◇'보복' 여부는 파키스탄군부 손에
영국 가디언은 파키스탄의 대응 결정권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에게 달려있다고 봤다. 파키스탄은 이미 아프간 국경 이슬람 무장세력과 남서부 발루치스탄 분리주의 세력의 저항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디폴트 위기에 가까운 경제 상황까지 겹친 마당이다. 이처럼 내외부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인 군부가 이번 사태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학자인 아이샤 시디카는 "무니르 총장은 생각이 성급하고, 무모한데다 매우 민족주의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무니르 총장이 이미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선 선동적인 발언을 해온 인물인 만큼, 군사력 과시로 상황을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인도가 미사일로 타격한 지역 가운데 펀자브주가 속해있다는 점은 파키스탄군에겐 '심각한 도발'로 간주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카슈미르를 넘어 파키스탄 '본토'에 대한 타격인데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일가의 정치적 기반이자 파키스탄 군의 중심지라는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인도의 미사일이 이 곳에 떨어진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라 덧붙였다.

◇ 전면전 확전 가능성은 낮아…"갈등 수위 조절할 것"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단 파키스탄이 인도와 대등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인도가 명분으로 내세웠던 '테러리스트 캠프'처럼 공격 대상으로 삼을 명분이 될 만한 시설이 인도 영토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인도의 군사시설을 직접 타격하게 될 경우 무력 충돌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파키스탄이 결국 어떤 형태의 보복 공격을 선택할 것이냐가 관건인 셈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핵무장국인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언 홀 호주 그리피스 대학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양국이 "수년만에 가장 심각한 충돌 직전까지 왔다"며 "과거처럼 며칠 동안 제한적인 군사 행동이 이어지다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길 바라지만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핵무기가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양측 모두 본격적인 적대 행위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본다. 인도가 이번 공습을 '테러리스트의 기반시설'만을 표적으로 삼아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정밀하게" 공격한 것이라 규정한 것이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이지 전쟁 행위는 아니란 것이다. 이크발 싱 세비아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교수는 채널뉴스아시아(CNA)에 "파키스탄이 인도의 공격에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높지만 긴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조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 전망했다.

◇사라진 미국의 중재, 흔들리는 레드라인
이번 양국의 충돌에선 미국이 적극적 개입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과거에도 수 차례 군사적으로 충돌해왔으나 미국 등 강대국의 중재로 확전을 막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안타까운 일이다.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 원론적 발언 외에 별다른 실질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강대국인 중국이 목소리를 냈지만 파키스탄과 친밀한 중국은 인도의 공습을 규탄했다. 이란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파키스탄에 이어 8일 인도를 방문해 외교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란 외교장관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파키스탄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역시 실효적 결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양국은 정치학자 아이샤 시디카의 지적처럼 "사실상 인도와 파키스탄이 처음으로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국면에 놓인" 셈이다. 남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쿠글먼도 "이번 공격은 지난 수년간 인도가 벌인 군사작전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이라며 "기존의 억제선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핵무장' 남아시아 위기 좌시해선 안돼…"지속가능한 해결책은 결국 협상뿐"
'불안정한 평온 후 다시 고조되는 위기'는 이 지역에서 계속 반복돼 왔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단순한 영유권 분쟁 외에 힌두교와 이슬람이란 더 근원적인 종교문제가 자리한 탓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의 이프테카롤 바샤 연구원은 인도가 사회적 통합과 공존을 보장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 내 무슬림을 소외시키는 것은 극단주의 세력이 상황을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줄 뿐"이라 지적했다. 파키스탄 역시 지역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들을 철저히 단속하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센터의 모에에드 유수프 파키스탄 전 국가 안보 보좌관은 국제사회의 조치가 일시적인 완화에 그칠 뿐 위기를 예방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도 양국은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한 적이 있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결국 협상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핵무장을 한 남아시아에서 긴장은 전 세계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되는 위험"이라 경고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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