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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zip중탐구] 국내 ‘프로보노 1티어’는 ‘태지화세(태평양·지평·화우·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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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 김형준 기자 | 차세영 인턴 기자

승인 : 2025. 05. 09. 09:00

국내 10대 로펌 공익활동 평가해보니
태평양 2만·지평 1만시간 넘겨 '주목'
수치 공개 꺼리기도…"유인책 필요"

아시아투데이 김임수·김형준 기자·차세영 인턴 기자 = 대한민국에서 '프로보노(pro bono·공익을 위하여) 정신'이 잊히고 있다. 국내 변호사들은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의미있는 공익활동을 수행한다기보다 바쁜 업무로 시간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 됐다. 이는 기업 사건을 주로 대리하는 대형 로펌들도 예외는 아니다. 반면 프로보노를 적극 장려해 빛나는 성과를 낸 곳들도 있다.


9일 아시아투데이가 국내 주요 로펌 10곳(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YK·지평·대륜·바른)을 대상으로 2024년 공익활동에 대한 자료 협조를 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익활동 평가 지표를 참고해 △총 공익활동 시간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 △소송대리 건수 등을 요청했다. 로펌별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산술적으로 프로보노에 가장 적극적인 로펌 상위 4곳으로는 태평양·지평·화우·세종이 꼽혔다.

이 가운데 태평양·재단법인 동천은 총 공익활동 2만8672시간, 변호사 1인당 평균 67시간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소송대리도 105건에 달했다. 태평양·동천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친족간 발생한 재산 관련 범죄는 처벌을 면제해주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 71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냈고, 증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운영 중단 위기를 맞았던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가 구청과 벌인 소송의 무료 변론도 맡아 승소했다.

지평·사단법인 두루의 활약도 빛났다. 총 공익활동 1만3480시간, 변호사 1인 평균 36시간을 기록했다. 지평·두루는 2018년부터 장애인접근권 확대를 위한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진행, 지난해 장애인의 접근권이 헌법상 권리임을 최초로 확인하는 동시에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 또한 생활협동조합을 대리해 공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맡아 승소했다.

이어 화우가 총 공익활동 8045시간, 변호사 1인당 평균 23시간으로 프로보노 정신을 지켜냈다. 화우공익재단 소속 변호인들은 지적장애를 지닌 원양어선 선원에게 13년간 약 6억원을 갈취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7년 넘게 지원한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가해자의 징역형 판결을 끌어냈다. 또한 국내 미등록 체류 중이던 베트남 국적 여성의 자녀를 대리해 강제 인지 및 한국인 아버지 상대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세종·사단법인 나눔과 이음 역시 총 공익활동 8537시간으로 변호사 1인당 평균 20시간 이상을 유지했다. 세종은 2023년 11월 사단법인 이외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공익법률지원센터를 열어 사회적 약자 지원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엔 성매매 피해 여성 청소년들을 적극 지원하며 성매수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다수 끌어냈다.

이들 네 곳을 제외한 나머지 로펌들은 공익활동 관련 수치 공개에 다소 인색했다. 김앤장·율촌의 경우 공익활동 시간 관련 수치 공개를 꺼렸고, 광장은 "법인에 부여된 의무 공익활동 시간은 초과했다"고만 밝혔다. 바른은 변호사 1인당 평균 20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보인 네트워크 로펌 YK와 대륜 역시 구체적 공익활동 지표를 확인할 수 없었다.

법학계에서는 적극적인 수치 공개가 로펌 간 건강한 경쟁을 유발, 프로보노 활동을 독려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프로보노 활동이 많으면 자랑스럽게 공개할 텐데 (수치 공유가 없는 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자율적인 방법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변협과 법무부 차원에서 변호사들이 크게 부담되지 않게 하면서도 나름대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공익 활동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공익 활동 사례를 발굴해 국가에서 보조를 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임수 기자
김형준 기자
차세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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