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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규제 폐지한 아르헨…‘환율 일원화’ 기대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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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4. 16. 15:45

정부, 환전 규제 시행 14년 만에 폐지
폐지 첫날 페소-달러 환율 10%대 상승
시장 안정 시 5~6종 환율 외환 질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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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대국민담화에서 환전 규제 폐지를 발표하고 있다./AFP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달 14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환전 규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하면서 현지에서는 페소-달러 환율 일원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환전 규제를 푼 후 환율 상승 폭이 우려했던 것보다 적은 데다 안정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1일 환전 규제 폐지를 발표한 후 일각에서 페소화 가치가 최대 40% 떨어져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폐지 첫날 페소-달러 공식 환율은 10%대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식 환율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질 것이라며 화폐 가치 방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공식 환율이 요동하지 않고 안정권을 유지하면 암달러 등 6~7종 환율이 난립한 아르헨티나의 외환시장의 질서가 복원될 수 있다.

이번 폐지 조치는 환전 규제가 처음 적용된 2011년으로부터 14년 만에 시행됐다. 클라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폐지 첫날 페소-달러 공식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1.3% 오른 1233페소(약 3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실상 물가의 기준이 되는 암달러는 6~6.5% 하락, 1285페소(약 3만2000원)에 거래됐다. 15일에도 공식 환율 1230페소(약 3만1000원), 암달러 1285페소 등으로 환율엔 변동이 없었다.

공식 환율은 오른 반면 암달러는 내려 한때 20% 이상으로 벌어졌던 격차가 4%대로 바짝 좁혀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11일 밤 외환 정책 변경을 전격 발표했다. 사흘 뒤인 14일부터 환전 규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환율 정책을 기존의 크롤링 페그(점진적 조절)에서 제한적 자율 변동 환율제로 변경한다는 게 핵심이다.

달러 부족에 시달려 온 아르헨티나는 그간 강력한 환전 규제를 시행해 왔다. 1인당 공식 환전을 매월 최고 200달러(약 28만5000원)로 제한하고 각종 보조금 수급자와 공무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받은 영세자영업자 등에겐 공식 환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1년 개인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환전 규제는 2019년부터 수입회사 등 법인으로도 확대돼 민간은 수출·입 거래에서 불편을 겪었다.

정부의 폐지 결정으로 환전 규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제한 조치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

당초 내년부터 환전규제를 풀겠다고 했던 아르헨티나 정부가 일정을 앞당긴 건 미국의 막후 후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이 신속하게 타결돼 외환운용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11일 밤 대국민담화에서 "IMF가 지원하기로 한 200억 달러와 세계은행, 미주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확보한 자금을 모두 합하면 320억 달러(약 45조6400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196억 달러(약 27조9600억원)가 즉각 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자금 지원이 집행되면 240억 달러(약 34조2300억원)대인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단숨에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560억원)대 중반으로 불어난다

외환 규제 폐지 첫날 중앙은행은 수요 대응을 위해 외환시장에 약 4억2000만 달러(약 5990억원)를 풀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시중에 페소화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시중은행이 페소화에서 달러화로 갈아타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페소화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 당장은 달러 수요가 급등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한편 환전 규제 폐지와 함께 환율 정책 변화도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돼 온 월 1% 크롤링 페그 대신 밴드를 둔 관리형 환율 정책이 시행됐다.

중앙은행은 1000~1400페소(약 2만5000~3만5000원) 밴드를 두고 하한선이나 상한선이 위협받을 때만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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