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률
기업들 지속적 참여 위해
연금 활성화 필요 한목소리
내년엔 '밸류업 지수' 구성
|
다만 밸류업 참여 기업들을 확대하기 위해선 배당 세제 지원과 연금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밸류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업들 위주로 '밸류업 지수'를 구성해 코스피200과는 다른 '유니크함'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윤재숙 한국거래소 밸류업지원부장은 "아직 제도를 평가하기엔 좀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작년 주가 추이를 보면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의 1년간 평균 주가 수익률은 약 3.2%로, 이는 동일 기간 코스피 수익률 대비 초과 수익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지주들이 선도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함으로써 전체적인 주가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의 저평가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5월 말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금융 지수가 8%가 상승한 반면, 동일 기간 코스피 지수는 2.7%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금융지주 PBR을 보더라도 작년 말 0.45에서 3월 현재 0.56으로 약 24% 상승한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단, 밸류업에 대한 시장 인식이 주주환원에 치우쳐 있는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 부장은 "밸류업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체적인 자본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분석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국내 상장 금융그룹들은 빠르게 주가 저평가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그룹의 빠른 밸류업 성과 배경을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금융그룹들의 탄탄한 펀더멘털이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그룹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8% 이상을 계속 유지해 왔으며, 현재에도 8% 아래인 금융그룹은 없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은 성공적인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한 매입과, 배당 기준일 변경 등이 회사 현금흐름이 주주로 이어질 수 있단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 밸류업을 금융그룹처럼 달성할 수 있는 기업, 본질 가치 저하로 인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기업으로 구분해 밸류업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이익을 쌓아왔음에도 저조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들을 보면 주주환원 확대가 빠르게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자본의 효율적인 재배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본질가치(수익성·재무 상황)가 떨어진 기업들은 정부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지원을 통한 성장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성장률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수익 효율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건희 하나금융그룹 IR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 후, 경영진과 이사회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기업가치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주주가 IR팀이나 경영진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있다"며 "회사의 자산성장 전략, 주주환원 전략, 여성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전문성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등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그룹의 밸류업은 이제 자율주행의 단계까지 올라왔다"며 "이는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강화돼 있는 금융그룹의 특성과 함께, 최근 확대된 소통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나금융은 비은행 자회사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ROE를 늘려 주주환원 파이를 키워나가겠단 전략"이라며 "중요한 건 이 부문을 주주들이 계속 검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기업들의 참여를 꾸준히 이끌어내기 위해선 '밸류업 지수'만의 유니크함과 기업들에 돌아가는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극히 낮다"고 지적하면서 "밸류업 참여 의지가 있는 기업들 위주로 지수를 만들고, 적극적인 상장폐지 정책을 통해 시장의 관심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밸류업 지수가 처음 나왔을 때, 시장에선 대형주 위주로 이미 만들어진 '코스피 200'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밸류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실제 (성과를) 보여준 게 많은 기업들로 밸류업 지수를 꾸려야 한다"며 "현재 주가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밸류업 의지가 낮다면 지수에서 과감히 빼서 유니크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대만보다 기업 수가 두 배는 많지만 시가 총액은 절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적극적인 상장폐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장으로 혜택을 얻었다면 상응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미국만큼은 아니어도 의무 불이행 시 지금보다 적극적인 퇴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주주와의 소통이 밸류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심성용 NH투자증권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NH투자증권 주가가 1만5000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일회성으로 돈을 벌 때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내겠다고 밝히고 주주환원을 선언한 이후 훨씬 더 주가가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민은 NH투자증권의 밸류업 공시에도 드러났다. 심 실장은 "2028년까지 ROE 달성이라는 목표 앞에도 '안정적인' 단어를 붙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이는 배당 수익보다 시세차익 선호가 높다는 뜻"이라며 "배당 수익에는 세제 지원이 꼭 필요하다. 개인연금에 대한 투자와 성장 부분에 대해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윤 부장은 "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서 기업들에게 법인세나 배당소득세 등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밸류업 참여 기업들 대상 컨설팅은 단기간 공시할 계획이 있는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밸류업 접근성이 떨어진 지방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겠다"며 "기존 컨설팅 대상 수도 100개사에서 120개사로 늘려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 밸류업 지수 변경일이 예정돼 있는 만큼 편출 조건을 강화하고 2026년에는 밸류업을 공시한 기업들로만 지수를 구성할 방침이다. 윤 부장은 "작년 밸류업 지수 발표 때에는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수가 많지 않았었다"며 "이번 정리 변경 때는 기존의 정량 지표 외에 공시한 기업들에겐 정량 지표를 적용하는 부분을 완화해서 더 많이 편입될 수 있게 하고, 밸류업 공시를 안한 기업들은 편출 조건을 강화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내년 밸류업 지수의 3년차가 되는 해에는 밸류업을 공시한 기업 100%로 지수를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